"육군이든 전경이든 군대 간 친구들 너무 고생합니다. 그러니 입대한 남자친구 절대 차면 안 됩니다. 힘든 군생활 하는데 차이는 것은 너무 나쁜 일인 것 같아요."
30대 중반의 나이로 다시 간 군대는 데뷔 15년 된 연기자에게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근 MBC 주말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활약하는 배우 류수영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났다.
"방송이 끝나면 출연하는 남자들끼리 스마트폰 메신저로 어마어마하게 수다를 떨어요. 그런 게 되게 좋아요. 처음 경험하는 일이죠. 친구가 생긴다는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에요. 드라마 모니터링을 하면 항상 아쉬운 기분인데 '진짜 사나이'는 방송에 나오는 나를 보며 웃고, 그때를 생각하면서 같이 떠들죠."
그는 "군대를 가보니 젊은 친구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이 없거나 자기 위주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꿈도 분명하고 노력도 열심히 하더라"며 "맹목적이었던 우리 세대보다 목표가 현실적이고 뚜렷해서 좋은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을 다시 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주 '진짜 사나이'는 류수영을 비롯한 출연진이 유격훈련을 받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훈련 강도가 정말 셌어요. 한계까지 밀어붙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가 군부대 측이었어도 평소 군인들 열심히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세게 시켰겠죠. 더구나 방송에서 '퍼펙트'한 이미지여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안 보여 드리려 애썼죠."
그는 "생략된 부분이 많아요. 트럭을 타고 이동할 때도 경계총 자세를 하고, 그냥 이동할 때도 계속 뛰어요. 다리에 쥐가 나도 방송에는 안 나오죠. 속상할 때도 있지만 '우리 방송 쿨하네'하며 매력을 느끼기도 해요. 힘든 과정이 있어서 더 독기 있고 재미있는 엑기스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이 예상 외로 '군대 얘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는 평가에는 "출연진도 여성 시청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놀랐다"고 말했다.
"여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녀의 구역이잖아요. 여성들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할 지 남자들이 궁금한 것처럼, 여성도 남자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자녀를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은 아들 생각에 다들 보시는 것 같다. 요즘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대 인터넷 게시판에 쓸 수 있는데, 검색해보면 '오늘 류수영이 군대에서 뭐 했더라'는 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송 초반에 가수 휘성이 군가를 가르쳐주는 조교로 등장하기도 했다.
류수영은 "휘성 씨는 정말 로봇 같아서 무서웠다. 휘성 씨랑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고등학교 후배더라"며 "군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정도가 심했다(웃음)"고 에둘러 서운함을 표현했다.
최근 그가 출연한 드라마 '아들 녀석들'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방송계가 떠들썩하다.
"저는 출연료가 지급된 상태라 조금 애매하긴 한데, 방송사가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고 들었어요. 다행이에요.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 돈도 중요하지만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더 속상하죠. 스태프 분들은 또 어떻게 하고요."
그는 "어느 한 쪽이 해답을 내놓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요행을 바라고 들어오는 신생사가 단가를 못 맞추면서 일이 생기는데, 제작 문화가 성숙해야 할 것 같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류수영은 8월 방영 예정인 MBC 신작 수목드라마 '투윅스'에서 이준기, 박하선과 연기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도 '진짜 사나이' 언급을 빼먹지 않는다.
"드라마 배역 이름이 '임승우'인데, 대본 리딩에서 '이병 임승우'라고 대답할 뻔했어요. '내가 미쳤나'했죠. 드라마 촬영이 힘들 텐데도 '진짜 사나이'에서 빠지고 싶지 않은 이유는 프로그램이 저에게 엄청난 즐거움이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