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상처가 떠올라서 보기가 힘들어요.”, “우리 자녀가 나중에 저런 교사를 만날까봐 두려워요.”, “드라마가 이렇게 현실적일 수가.”, “저에게도 고현정 같은 선생님이 있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그 선생님이 떠올라요.”('여왕의 교실' 시청자 게시판)
공교육의 현실에 대한 차가운 자아비판일까, 가슴을 후벼파는 현실 반영의 반작용일까.
공교육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선생님이 주도해서 학생을 '감시자'를 만들고 또 다른 학생을 '왕따'로 만드는 비정한 교실의 모습이 그려졌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여왕의 교실' 3회에서는 심하나(김향기 분)가 은보미(서신애 분)를 차별하는 마여진(고현정 분)에게 맞섰다가 졸지에 따돌림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문제의 발단은 여진이 학예회에서 보여줄 무용을 완벽하게 외운 보미를 차별하는 걸 본 하나가 이에 반발해서 6학년 3반 학생들에게 무대에 서지 말자고 나서면서 벌어졌다.
고나리(이영유 분)까지 하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지만, 이를 눈치챈 여진이 보미에게 “말을 잘 들으면 1년 동안 편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이에 보미는 더 이상 여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현실이 두려워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감시자’ 역할을 떠맡았다.
결국 학예회에서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은 하나와 오동구(천보근 분) 뿐이었다. 하나는 보미의 변심에 상처를 받았고, 6학년 3반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마여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기에 충분했다. 여진은 단체 무용 연습 도중 보미에게 다가가서 "보통 공부 못하는 애들이 체육은 좀 하지 않니? 넌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구나"라고 독설을 했다.
여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안무 실력이 월등하게 좋아진 보미에게 다가가서 "넌 여전히 창피한 실력이다. 학예발표회 날은 감기에 걸렸다고 하고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 나오면 창피한 것"이라며 보미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동을 해보인 것.
하지만 하나가 이른바 '학예회 쿠테타'를 일으키려는 걸 알아챈 여진은 보미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보미는 아직 반에서 친한 친구가 없지? 대놓고 왕따는 아니지만 애들이 은근히 널 따시키는 것 같던데.. 선생님하고 잘 지내면 1년 동안 아무도 널 못건드리게 해줄 수 있어"라고 회유해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왕따, 차별, 독설 등 잔인한 설정들이 향후 6학년 3반 아이들과 여진을 둘러싸고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여왕의 교실'이 '드라마를 현실의 투영'이라고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을, 드라마에서 긍정과 정의를 찾는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극중 초등학생들이 버텨내는 냉혹한 현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더욱 안타깝고 처절하다. 성적을 공개하고, '꼴찌 반장'을 뽑는 건 그렇다 쳐도 선생님이 주도해서 학생을 왕따로 만들어내는 설정은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뼈아프다. 천사교사에서 괴물교사로 돌변한 여진의 변화의 이유가 밝혀진다면, 여진에 대한 정당성이 조금 더 부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획의도에 따르면 '여왕의 교실'은 착해지라는 말 보다 냉혹한 현실을 알려주는 '어른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독한 대사와 설정들 만큼이나 냉혹하게 치닫고 있는 '여왕의 교실' 전개가 어떤 무게의 메시지를 던져줄지 지켜볼 일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