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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담배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겠습니까?

카페 테라스에서도 쫓겨난 흡연자

[월드리포트] 담배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겠습니까?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를 끊는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담뱃값이 조금씩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런데 흡연율은 30%대로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담뱃값이 인상돼도 금연으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통계입니다.
  
차라리 경제적 요소가 더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1분기와 올 1분기를 비교했더니 담배 판매가 7.6%나 줄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흡연자의 지갑이 얇아져 담배를 끊거나 줄인 것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금연 독려에 나선 각국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할지 말지, 올린다면 인상폭을 얼마로 해야 효과를 거둘지 고민하는가 봅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에는 충격 요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음달(7월)부터 담뱃값을 한 갑에 6.6유로에서 7유로로 올려 받기로 결정한 겁니다. 인상폭이 큽니다. 한 갑에 40상팀, 우리 돈으로 치면 6백원 가량을 한꺼번에 올리는 겁니다. 인상폭으로 따지면 10년 만에 최고치라고 하네요. 2003~4년 사이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에 한 갑에 40% 인상을 단행한 이후 최대폭입니다. 한 갑 7유로면 우리 돈으로 1만원이 넘는 가격인데, 우리보다는 대략 4배 가량 비싸네요. 주변국가인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의 담뱃값이 5유로이니까 꽤 높은 가격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흡연자들에게도 7유로는 심리적 저항선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가격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입니다.
  
국가금연위원회는 정부 결정을 환영했네요. “우리의 전략은 분명하다. 담뱃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담배의 매력은 떨어진다.” 위원회가 내놓은 짧고도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한마디로 “부담되면 끊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뱃값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투렌느 프랑스 보건장관은 전자담배도 추방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보건장관은 전자담배를 공공장소에서 피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반담배와 똑같이 규제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사지 못하게 하고, 광고도 금지시킬 계획입니다. 전자담배가 담배를 처음 접하는 통로 구실을 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2007년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한 이후 전자담배 열풍이 불기 시작해 지금은 사용자가 50만명을 넘었습니다.
  
낭만의 상징인 카페 풍경도 금연 바람 때문에 바뀌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문학과 예술을 논하고 치열한 정치적 담론이 오가는 장소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사치와 평온을 누릴 수 있는 휴식처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한 프랑스인은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집에 커피 머신을 두지 않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가는 사람을 보는 재미가 얼마나 큰 데 왜 집에서 커피를 마시냐?”고 반문합니다. 이만하면 프랑스인들의 카페 사랑은 대충 감이 잡히지 않습니까? 이 카페에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담배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파기원이 최근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카페 테라스 가운데 3면이 가려진 곳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3면이 막혔다는 건 카페 테라스의 지붕과 양 옆이 뭔가로 덮여 있고 손님이 오가는 정면만 트여 있다는 겁니다. 이게 실내일까요? 실외일까요? 파기원의 판단은 실내라는 겁니다. 비흡연자 권리단체가 3면이 막힌 테라스를 운영하던 카페를 고소했고, 고등법원은 실외라고 판단했는데 파기원이 이를 뒤집어 실내라고 최종 결정한 겁니다. 이 사건은 다시 베르사이유 고등법원으로 보내졌지만, 파기원의 결정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프랑스 언론은 앞으로 3면이 막힌 카페 테라스에서는 금연이 실시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프랑스마저도 흡연자들이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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