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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기원 이사장 한 번 뽑기 너무 힘드네요

해도해도 안 되니까 '편법'까지 동원

[취재파일] 국기원 이사장 한 번 뽑기 너무 힘드네요

국기원이 신임 이사장으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선임했습니다. 형식은 만장일치 추대였지만 그 과정은 복잡해도 너무 복잡했습니다.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국기원 정관에는 '이사장 등 임원의 임기 만료 한 달 전'에 새 임원을 선출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김주훈 전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25일로 끝났으니까 4월 25일까지는 차기 이사장을 선출했어야 합니다.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사회만 모두 6차례 열었습니다. 매번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번번이 선출에 실패했습니다. 이사장이 되려면 '재적 이사의 과반을 득표'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없었던 것입니다. 국기원 재적 이사가 14명인데, 극심한 파벌로 갈기갈기 찢어져 그 누구에게도 과반 표를 주지 않았습니다.

외부 인사와 내부 인사를 가리지 않고 여러 명이 이사장직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김주훈 전 이사장이 연임에 도전했고, 정치권에서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나섰습니다. 내부 인사 가운데는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던 문대성 IOC 선수위원, 김성태 국기원 이사가 자천으로 출마했습니다. 안상수 전 대표와 안홍준 의원, 김주훈 전 이사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과반에서 한 표가 모자랐습니다. 문대성 위원과 김성태 이사는 과반에서 한 참 모자랐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국기원 전임 집행부의 임기는 끝났고, 새로운 이사진이 모여 이사장 선출 작업에 나섰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오물 투척 난동'이 일어났습니다. 태권도 시민단체 대표 2명이 갑자기 회의장에 난입하더니 쓰레기와 오물을 투척하며 한바탕 소동을 피웠고, 결국 이사회는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오물 투척 관련 SBS 뉴스 보도

오물 투척 소동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동안 여론에 별로 신경쓰지 않던 국기원 이사들도 위기 의식을 느꼈나 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이사장을 선출하자며 사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고, 6월 17일 다시 이사회를 열었습니다. 각자 추천할 후보를 내세웠는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외부인사로 추천됐고, 내부 인사 2명(임신자 한국여성태권도연맹 부회장, 김성태 국기원 이사)이 나섰습니다.

재적 이사 14명 가운데 과반인 8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홍문종 사무총장과 내부 인사 모두 7명를 얻어 또 과반에 한 표가 모자랐습니다. 이번에도 또 이사장 선출이 물건너가는가 싶었습니다. 이 때 '편법'이 등장했습니다.

해도해도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것 같지 않으니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일명 '컷오프' 방식으로 투표를 하자는 안입니다. 1차 투표에서 최하위가 탈락하고, 남은 2명을 대상으로 각각 찬반 투표를 붙여 과반과 관계없이 무조건 더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만장일치'로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1차 투표에서 김성태 이사가 탈락했고, 2차 투표에서 홍문종 사무총장이 '찬성 7표 반대 5표',
임신자 부회장이 '찬성 5표 반대 6표 기권 1표'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홍문종 사무총장이 2표를 더 얻어 신임 이사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것입니다. 정관에 규정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음에도 결국에는 '만장일치' 형식으로 추대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국기원 이사들은 이것을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편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번 오물 투척 파동으로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새 이사장을 뽑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값 비싼 대가를 치르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국기원 이사들이 편법까지 동원해 외부인사를 부랴부랴 이사장에 앉힌 셈입니다.

국기원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 퇴출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게 지난 2월인데, 불과 4달 사이에 국기원 내분과 오물 파동,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인한 태권도 관장의 자살까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태권도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고 안에서만 시끄럽고 밖에서는 무관심했는데, 연이은 사건들로 태권도계의 치부가 만천 하에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각성하고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지켰으면 합니다. 종주죽의 위상이라는 게 단순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몇 개 따느냐로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4년 뒤 올림픽 잔류를 위한 IOC의 재심사에서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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