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은 기회에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 함께 맹그로브를 심는 활동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맹그로브는 알면 알수록 정말 신기한 나무입니다.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고요?
1. 소금기 가득한 펄밭, 심지어 바닷물 속에서도 사는 나무
갯벌에 가면 식물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소금기가 가득한데다 수시로 바닷물 속에 잠기고 토양의 점도도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맹그로브는 이런 땅에서 삽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해안가에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갯벌은 물론 심지어 거의 바닷물 속에 늘 잠겨 있는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자랍니다. 뿌리로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 뿌리는 삼투압을 통해 소금기를 걸러내는 기능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생명의 신비입니다.
2. 삼발이 형태의 뿌리
70종이 넘는 맹그로브는 제각각 다른 생활형태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뿌리가 모두 삼발이 형태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식물의 뿌리는 곧은 뿌리와 수염뿌리 두가지 종류라고 생물시간에 배웠죠. 아시다시피 곧은 뿌리는 굵은 주뿌리가 땅속을 파고 들면서 주변에 잔뿌리가 방사형으로 나는 형태입니다. 수염뿌리는 마치 수염이 나듯이 줄기에서 비슷한 굵기의 뿌리들이 사방으로 퍼져나는 형태죠. 그런데 맹그로브의 뿌리는 굵은 주뿌리들이 여러 갈래로 사방으로 퍼져 나는 모습입니다. 곧은 뿌리와 수염뿌리의 절충형이라 할까요? 그리고 뿌리의 윗부분이 땅 위로 드러나있습니다. 그래서 보기에 튼튼한 삼발이 위에 줄기가 얹혀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뿌리 형태 덕분에 맹그로브는 빠른 조류와 강한 파도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습니다.
3. 새끼를 낳는 나무
식물은 씨를 뿌려 번식을 하죠. 형태와 뿌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어떻든 씨를 만드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그런데 맹그로브는 놀랍게도 새끼를 낳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맹그로브는 가지 끝에 스스로 싹을 틔운 뒤 주아라고 불리는 작은 형태의 묘목(생긴 것은 길쭉한 고추를 닮았습니다)을 일정 크기까지 길러 이를 땅으로 떨어뜨려 번식합니다. 떨어지면서 곧바로 땅에 묻히면 그 자리에서 자라기도 하고 물 위에 떨어지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떠다니다 적당한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기도 합니다. 어느정도 자란 묘목이기 때문에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새끼를 낳는 나무라는 말이 맞죠?
이런 신비한 맹그로브는 우리에게는 보물과 같은 나무입니다. 앞서 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굳건한 성이자, 사료 공장이기도 하고, 유해 가스 제거 저장소, 각종 생물 자원 농장도 됩니다.
1. 생태계의 보고
맹그로브의 뿌리는 바닷물 속에 빽빽하게 자리잡은 숲과 같습니다. 아울러 진흙 속속들이 공기와 양분을 공급하면서 맹그로브가 있는 토양 1 세제곱미터에는 무려 2만에서 4만종의 유기체가 있다고 합니다. 안전한 보호처와 풍부한 먹이감을 제공하면서 물고기와 게, 가재, 조개 등등 각종 수중생물에게는 천혜의 서식처인 셈입니다. 당연히 이들과 먹이그물 관계에 있는 각종 해변 동물들이 삶을 영위하는 장소가 됩니다. 그래서 맹그로브 숲은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2. 막대한 탄소 저장소
맹그로브의 탄소 흡수량은 소나무의 4.4배, 백합나무의 2.2배에 달합니다. 1 헥타르의 맹그로브 숲이 매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34톤이나 됩니다. 5백 헥타르의 크기라면 최소 1만5천톤에 달하는 탄소를 흡수합니다. 이는 우리 인간 약 1천4백명이 1년 동안 내놓는 탄소량과 맞먹습니다. 하늘이 제공한 탄소 저장고인 것입니다. 요즘 탄소배출권을 상당히 비싼 값에사고 팔기도 하니까 돈을 벌어주는 창고라 할 수 있습니다.
3. 바다의 사료, 유기탄소 공장
맹그로브는 체내에 퇴적한 탄소를 용해된 유기탄소 형태로 만들어 밀물과 썰물을 통해서 배출합니다. 해양 생태계 전반에 꼭 필요한 양분을 공급하는 것입다. 맹그로브가 지구 지표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 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맹그로브가 육지에서부터 바다로 옮겨주는 유기 탄소의 10%나 제공합니다. 해양 생물들을 위한 사료공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 천연 방파제
지난 2004년 12월26일 인도양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으로 거대한 해일이 발생했습니다. 주변 인도양 연해 국가들로 밀려든 해일로 무려 28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년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바닷가의 해일 피해가 갈수록 커집니다. 그저 해일의 규모가 과거보다 커서일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맹그로브의 파괴를 그 이유로 꼽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규모의 해일이 발생했지만 잘 조성된 맹그로브 숲이 천연 방파제로 해일의 힘을 막아줘 해안가 주민들의 생명을 지켜준 반면 맹그로브가 파괴된 지금은 해일의 힘이 그대로 해안으로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두께 1백 미터, 길이 1 킬로미터의 맹그로브 숲은 12급 태풍(중국 등급에서 가장 큰 태풍)일지라도 파도의 힘을 10분의 1로 감소시켜준다고 합니다. 흉포한 파도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견고한 성이라 할 수 있죠.
6. 해안가 주민들의 삶의 터전
맹그로브의 목재는 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말씀드린대로 맹그로브는 새우를 비롯한 각종 수중생물의 천혜의 서식지여서 여기에 기대 사는 어민들은 세계 곳곳에 수백만명에 이릅니다. 따라서 맹그로브 숲의 파괴는 이런 공동체, 촌락의 파괴와 다름이 없습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인간들의 삶을 파괴하고 쫓아내는 행위입니다.
모두에 말했듯이 우리는 이렇게 귀중한 자연의 선물 맹그로브를 마구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푸젠성 시아먼에서도 많은 맹그로브 숲이 각종 양식장 개발로 파괴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은 새우 양식장입니다. 새우는 비교적 값이 비싼 해산물이다보니 경제 개발을 노리는 지역 정부가 양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 근처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면 처음 2~3년은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고 합니다. 새우 양식에 유리한 유기 탄소가 풍부한 바닷물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본 다른 어민들이 너도나도 새우 양식장을 만들고 결국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면 당연히 유기 탄소의 공급은 끊기면서 결국 인공 사료와 항생제로 범벅된 새우만 생산하게 됩니다. 이마저도 매년 생산량이 줄어들어 끝내는 어민들이 새우 양식을 포기하고 떠나버립니다. 맹그로브 숲은 사라지고 폐허로 변한 새우 양식장만 남습니다.
해안가 휴양지 개발도 맹그로브 숲의 파괴자입니다. 이들에게 맹그로브 숲은 바닷가로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당연히 깔끔하게 제거해버립니다. 해안 경관을 즐기며 해수욕을 하려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을 위해 전 인류에게 돌아가는 수많은 혜택을 가차없이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맹그로브를 파괴하는 요인들이 이 한두가지겠습니까? 해안에서 경제적 이익을 누리기 위해 인간들이 벌이는 수많은 일이 맹그로브를 몰아내고 있죠. 하지만 단언컨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맹그로브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편익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필리핀의 경우 지난 1920년대의 맹그로브 숲 면적과 비교할 때 현재 4분의 1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가면 앞으로 100년 안에 맹그로브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이렇게 막바지에 몰리면서 맹그로브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 단체들도 관련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광동과 하이난, 시아먼에서는 에코피스아시아라는 한국 환경 단체가 중국 현지 환경운동가들과 손을 잡고 맹그로브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자금과 전략을 제공하고 중국 환경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 실제 맹그로브 심기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산림청은 2004년 쓰나미로 파괴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의 맹그로브 숲 550 헥타르를 복원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의 몇몇 금융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맹그로브 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한 그루도 없는 우리나라가 왜 복원활동에 앞장서야 하냐고요? 맹그로브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는 결국 우리나라에도 간접적 영향을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대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언젠가는 우리 해안에도 맹그로브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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