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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딸 바보' 미켈슨, 주연보다 빛난 조연

US오픈 준우승만 6회 최다기록…남 다른 가족 사랑에 최고 인기남

[취재파일] '딸 바보' 미켈슨, 주연보다 빛난 조연
제113회 US오픈 골프대회가 잉글랜드의 저스틴 로즈에게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잉글랜드 국적의 선수가 US오픈 챔피언에 오른 것은 1970년 토니 재클린 이후 43년만이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17년만이지요.. 그런데 우승컵의 주인공 저스틴 로즈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은 조연이 있습니다. 바로 '딸 바보' 필 미켈슨입니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 개막 하루 전 날 큰 딸인 아만다의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졸업식 장소는 미 대륙의 서부인 샌디에이고였고 US오픈 대회 장소는 동부 펜실베니아주의 메리언골프장이었습니다. 이동 거리 3천 800km, 비행시간만 4시간 반이 걸리는 무리한 일정이었는데요.. 미켈슨은 딸의 만류에도 졸업식에 참석하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개막 당일 새벽 3시 30분에 필라델피아 공항에 내린 미켈슨은 다시 자동차로 대회장까지 이동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메리언 골프장 티잉 그라운드에 섰습니다.

1라운드 티오프 시간은 오전 7시 10분. 그러니까 미켈슨은 거의 잠을 못자고 경기에 나선 것이지요. 그러고도 첫 날 3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에 올라 화제가 됐었죠..

미켈슨의 가족 사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1999년 US오픈에 출전했을 때도 미켈슨은 대회 기간 내내 아내의 출산을 걱정했습니다. "출산 소식이 오면 바로 대회를 포기하고 집에 가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었지요. 다행히 아내는 그 대회가 끝난 다음 날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했습니다. 이 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이번에 졸업식을 치른 큰 딸 아만다입니다.

미켈슨은 2009년에는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그해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포기하고 석달 동안 아내 곁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유별난 가족 사랑을 알기에 팬들은 미켈슨을 더욱 좋아합니다.

'미켈슨 효과' 덕분에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의 입장권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입장권 가격이 평균 347.9달러,우리돈 약 39만원으로 지난해 대회보다 64% 정도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입장권 가격이 오른 이유 가운데 하나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에 오른 필 미켈슨의 선전을 꼽았더군요.

US오픈에서 우승은 한 번도 못하고 준우승 최다기록 갖고 있는 미켈슨은 이번에도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아 준우승 기록만 6회로 늘렸습니다.

미켈슨은 대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야 말로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는데 놓쳐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하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43세 생일이자 '아버지의 날'에  멋지게 US오픈의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네 딸과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었겠지요..

최종라운드 경기가 시작되기 전 팬들은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에서 미켈슨에게 합창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고  경기 도중 비가 내릴 때도 한 여성 팬은 생일 케이크를 무릎에 안고 비를 그대로 맞으며 미켈슨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미켈슨이 18번 홀 그린에 올라오자 갤러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마지막 순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미켈슨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준우승 징크스를 깨뜨리지는 못했지만 미켈슨은 팬들 앞에서 결코 인상을 쓰거나 시무룩한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점잖고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며 조용히 다음 대회를 기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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