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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원세훈 수사'…끝나지 않은 논란

누가 '수사 보고서'를 유출했나?

[취재파일] '원세훈 수사'…끝나지 않은 논란
국정원의 대선 ·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두 달여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수사가 끝난 뒤에 오히려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반대했던 쪽의 누군가가 '대형 사고'를 쳤다. 검찰의 '수사 보고서'를 수사 결과 발표 직전, 특정 언론에 유출한 것이다. 누가...왜 그랬을까?

'수사 보고서' 유출…의도된 '대형 사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여부와 공직선거법 적용 문제를 놓고 한 달 정도 큰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수사팀은 '구속 · 선거법 적용', 법무부는 '불구속 · 선거법 적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리한 줄다리기를 했다. 줄다리기가 길어지는 사이 검찰-법무부 간의 대립은 어느 순간 '수사팀 내 공안-특수'간의 갈등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불구속, 선거법 적용'이라는 절충안이 발표되면서 그간의 혼란상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발표 당일 조선일보에 국정원 '수사 보고서'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문재인 · 안철수 직접 비판은 각각 3건'이라는 식의 제목이 뽑혔다. 한마디로 '이번 수사 별 거 아니'라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전형적인 '물타기'에 해당한다.

통상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언론매체들은 수사 결과를 예측해 보도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번처럼 검찰의 수사보고서가 통째로 특정 언론에 유출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격노했다. 유출자를 가리기 위한 강도 높은 특별 감찰을 지시했다. 

'이간계'를 쓴 자, 잡을 수 있을까?

기자가 지난 2001년도 처음 검찰 출입을 시작한 이래,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초동의 '사건 처리사'를 무수히 지켜 봤지만, 이번 만큼 잡음이 많은 수사는 본 적이 없다. 조선일보에 유출된 보고서는 수사팀이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 2~3일 전쯤 만든 것이라고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사보고서는 대검을 거쳐 법무부로 들어간다. 물론, 청와대도 받아 볼 수 있다. 수사팀-대검-법무부-청와대, 이 중의 한 곳에 유출자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출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사실 별반 기대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나 대검, 법무부의 보고라인에서 보고서가 유출됐다면 어느 선에서 유출됐는지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입수한 보고서 원본을 검찰에 내줄 리 만무한 만큼 강제수사를 하지 않고는 정확한 유출자를 찾아내기 힘들다.

게다가 청와대에 올라간 보고서가 유출된 것이라면 감찰 범주를 벗어난 일이라 유출자를 가리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에 격노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특별 감찰' 지시는 아쉽게도 '보여주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추리'를 해본다면?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제외하는 것이 추리의 기본에 해당할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은 황교안 법무장관이다. 황 장관 휘하의 몇몇 법무부 간부들(검사)도 이에 동조했다.

그동안 만났던 대검찰청의 일부 간부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라인에서도 한명은 선거법 적용에 난색을 표했던 바 있다. 보고서를 전달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평소 '선거법 적용 불가'의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던 만큼 앞서 언급한 범주에 속한다. 이 중의 한 명일 것이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법만 없었다면 난 당장이라도 3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실체적인 진실'...'사법적인 진실'

수사는 끝났다. 원 전 원장이 현역 국회 의원 40여명을 '종북 좌파'로 지목하고, '종북 좌파 척결'을 선거를 전후해 여러 차례 강조한 사실은 수사를 통해 이미 '실체적인 진실'로 드러났다. 과연 이 행위들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사법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들이 밀실에 앉아 허접한 '댓글'이나 달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가 차지 않을 국민은 없다. 만에 하나 '사법적 진실'이 수사 결과와 달리 나온다 해도 수사의 성과마저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작금의 '이간계'를 보고 있노라면 원 전 원장이 무죄를 받을 경우 그 누군가가 수사팀을 문책하려들까 우려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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