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허락은 받지 않았습니다.
이건 불법일까요, 합법일까요? 답은 '합법'입니다.
허락 없이 남의 집을 찍으면 '사생활 침해'가 아닐까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건물 외경을 찍은 정도를 갖고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법의 판단입니다.
그런데 사진촬영은 고사하고 그 앞으로 지나가지도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군사시설도 아니고, 국가 보호시설도 아닙니다.
그냥 개인 집인데 말입니다.
서울 연희동의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입니다.
며칠 전, 취재진이 전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았습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서 70~80m 떨어진 골목길 어귀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금지된 땅을 밟기라도 한 듯 경찰이 달려나옵니다.
사유지도 아닌, 그냥 동네 골목길인데 말이죠.
취재진이 물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이 아니어도 되니, 그 비서관이나 법률대리인이라도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경찰 경호팀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당연히 안됩니다." 이미 경호팀 직원과 전경 네다섯 명이 몰려나와 취재진의 앞길을 완전히 막아선 상황.
더이상 아무런 말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러면 전 전 대통령 자택의 전경만 촬영하고 가겠습니다." 경찰: "안 됩니다." 기자: "인터뷰야 본인이 원하지 않으신다니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택 전경 찍는 건 왜 안됩니까?" 경찰: "위법이라 안됩니다." 기자: "뭐가 위법입니까?" 경찰: "사생활 침해입니다." 기자: "대문만 찍고 가겠다는데 무슨 사생활 침해입니까?" 경찰: "대문도 사생활입니다." 기자: "대문이 무슨 사생활입니까?" 경찰: "당연히 대문도 사생활이죠! 대문이 촬영을 원하지 않지 않습니까!?! 아이, 진짜!!" 전 전 대통령 자택은 대문도 사생활이 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재진도 취재진이지만, 그저 그 골목길 근처를 지나다니는 행인도 경찰은 한명 한명 붙들어 세우고 어디를 가는지, 무슨 일로 가는지를 일일이 묻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민 들은 인상을 찌푸렸고요.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삼엄한 경비.
그것이 연희동에서 제가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연희동의 시간은 그렇게 5공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권위가 그런 데서 나오는 건 아닐 겁니다.
1988년, 헌정사상 최초로 단임제를 실현했다며 떠들썩하게 퇴임을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그러나 비리의혹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9개월 만에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 이릅니다.
사실 이때 까지만 해도 이른바 '배째라'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정부의 처분에 맡기겠다고 장담했으니까 말이죠.
그렇게 담화문을 발표하고 자숙하겠다며 백담사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자숙하러 왔다는 백담사에서부터 전 전 대통령은 말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나라 재산을 내가 다 들어먹은 것같이 들어줄 수 없는 비난과 매도를 하는데..(후략)" 이때부터는 일관됩니다.
돈 못 내놓겠다는 겁니다.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 추징금을 낼 수 없다." "당시 조성한 비자금은 통치자금으로 다 썼기 때문에 돈이 '없다'.
마당 파봐라, '없다'." 전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 들의 '존경심'과 전 전 대통령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권위'는 이미 저 때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요새는 '세금도 안 내는데 뭐하러 세금을 들여 경호를 해주느냐'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외국처럼 전대통령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다'고도 했습니다.
'역사의 판단'의 준엄함을 아직 모르시는 듯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밤 SBS 8뉴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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