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하산 로우하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핵개발과 시리아 사태 등에서 사사건건 서방과 대립하는 이란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각종 제재로 압박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에 맞서 이른바 '저항 경제'로 버티며 핵개발을 강행해 왔다.
이에 따라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소위 'P5+1'과 이란 간 협상은 지난해 4월 이스탄불 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나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알마티 협상에서는 'P5+1'이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이란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란은 4월 알마티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전보다 더 후퇴한 수준의 제안을 내놨을 뿐이다.
물론 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국방 등 주요 현안에서 최종 결정권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란의 이런 강경 기조에 당장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핵 문제에서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집권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란 지도부에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신직인 최고지도자와 달리 이란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 최고위급 인사다. 최고지도자에 이은 국가의 2인자로서 최고지도자가 담당하는 외교·국방·사법·종교·핵개발 등을 제외한 경제와 교육, 사회 등 다른 국정 현안을 책임진다.
경우에 따라 일정 부분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분명히 있는 셈이다.
특히 중도 성향의 로우하니 당선인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옹호하면서도 서방 제재 해제를 위한 유연한 협상 자세를 강조해 왔다.
선거 유세에서 로우하니는 평화적 핵개발과 관련해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와 건설적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다.
지난주 유세 현장에서 로우하니는 "우리는 지난 8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분명한 각을 세웠다. 그는 또 "지난 8년은 이란에 제재를 가져왔고 (정부는)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면서 "평화 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와 화해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우하니 당선인이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와 같은 거물은 물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도 친분이 있다는 사실 또한 'P5+1'과의 협상에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우하니의 개인적인 성향과 별개로 이란이 처한 경제적 상황도 강경 일변도의 협상 기조에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금융 거래 제한과 석유 금수 등 미국와 EU의 각종 제재로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원유 생산은 전년보다 25% 감소했고, 석유 수출과 외환 수입 감소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리알화 가치가 2년간 7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실업률도 2011∼2012년 2년 연속 12%를 웃돌았다.
보수파 후보와 치열하게 경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로우하니가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된 배경에는 이같이 심각한 경제 상황을 개선해 줄 변화를 바라며 적극 투표에 참가한 이란 국민의 민심이 깔렸다.
아무리 최고지도자라고 할지라도 이런 민심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난의 책임을 지고 모든 비난을 감당했던 '희생양'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마저 물러남에 따라 하메네이로서도 더는 경제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강경한 대외정책을 고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8월 3일 로우하니 당선인이 제1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고서 차기 핵협상에 나서는 이란 대표단은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우하니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시리아 사태에 언급,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입에 반대"한다면서 "이란의 대 시리아 정책은 대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정치 측면에서 로우하니 정부는 일반 국민의 자유권은 더욱 보장하고 정부 당국의 검열과 감시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로우하니는 특히 부패 척결을 위한 언론의 자유와 여성부 신설 등을 통한 여권 신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또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2009년 대선 당시 시위를 주도한 야권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를 지지하며 이들의 연금 해제를 촉구해 왔다.
무사비가 2009년 대선에서 선거운동에 녹색을 상징색으로 활용 '녹색 물결'을 만들어냈다면 로우하니는 이번 대선에서 '보라색 물결'을 만들어냈다. 이달 초 로우하니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무사비와 카루비의 석방을 연호하던 선거운동원 7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무사비와 카루비는 2011년 2월 반정부 시위를 재차 시도한 이래 지금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로우하니 대통령 취임 후 이들이 풀려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두바이=연합뉴스)
'로우하니호' 이란 강경 대외정책 선회할까
획기적 변화는 '난망'…"국제사회와 화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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