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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암행감찰은 불법?

[취재파일] 암행감찰은 불법?
어릴 적 암행어사가 나오는 사극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거나 낙향한 선비 정도로 보였던 인물이 암행을 하면서 수집한 정보로 탐관오리들의 악행을 처벌하는 순간이 바로 그랬습니다.

탐관오리들의 불법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임금의 어명을 받고 내려온 어사임을 노출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실이 노출된다면 탐관오리는 선량한 관리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래서 암행어사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어사 박문수'보다는 '암행어사 박문수'가 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이런 관행은 지금도 내려오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직원들의 기강을 바로 잡는다는 명목으로 소위 암행 감찰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과 관행에 기대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박원순
◈"암행 감찰은 불법"…서울시장 고소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청 건축과 직원이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로 서울시 암행감찰반에 적발됐습니다. 해당 직원이 설계사무소 직원에게 사무실에서 돈 봉투를 받았다는 혐의였는데, 서울시 감찰반은 설계사무소 직원이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뽑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그 직원을 따라가 현장을 덮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서울 강남구청 직원 한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서울시의 강남구청 직원에 대한 암행감찰은 불법인데, 이를 지시한 박원순 시장은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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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청은 서울시청의 하급기관?

서울 강남구청의 직원이 비위를 저질렀는데, 뭐가 잘한 것이 있다고, 서울시장을 검찰에 고소하냐?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고소건은 '지방자치의 의미'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은 서울시청의 예하기관일까요? 서울시청은 강남구청의 상급기관일까요? 취재를 하면서 만난 많은 시민 분들은 당연히 서울시청은 강남구청의 상급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을 고소한 강남구청 과장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995년 기초자치단체장을 주민투표로 뽑는 지방자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장도 강남구청장도 주민투표로 뽑게 된 것이지요. 때문에 강남구와 서울시는 각기 다른 법인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가지게 된 다른 지자체를 감찰한다는 것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고소 취지입니다.

더욱이 일반 사무에 대해서는 광역지방자체단체의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감사가 허용되지만 이것도 위법사항이 확인된 사항만 가능한데, 암행감찰은 일반 사무활동도 아니고 위법 사항이 확인된 것이 아닌 상대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기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고소인은 주장합니다.

◈명확한 법적 근거 아직 없어

이에 대해 감찰활동을 한 서울시 감사관실은 지방지차법과 서울시 감사 규칙 등을 원용해 서울시의 구청에 대한 감찰 활동이 적법하다고 주장합니다.또한, 구청 사무 중에는 국가가 위임한 사무, 서울시가 위임한 사무 등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구청을 시청과 완전히 별개인 법인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측의 답변에서도 드러나지만 암행 감찰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최소성의 원칙에 따라 법은 최소한의 부분만 규정해 놓고, 많은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법을 원용하고 해석해서 적용하면 될 일입니다.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문제는 해석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느냐, 공통된 다수의 해석이 존재하느냐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해석에 동의한다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고소건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국가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오준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의 암행감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지방공무원으로 뿐만 아니라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강남구청 공무원에게는 부패 방지 의무가 있고, 지방자치법에도 부패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원용했을 때 부패 방지를 위한 암행감찰은 적법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주장도 있습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조성규 교수는 지방자치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습니다. 서울시가 강남구의 상급 기관의 지위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직무감찰권이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독립된 두 기관이 존재하는데 한 기관이 다른 기관을 감사하고, 특히 직무감찰을 할 권한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암행감찰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쪽도 비위 행위를 적발하고,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 감사원과 경찰 등 사정기관 이 존재하는데, 서울시까지 나서서 직무 감찰을 한다면 지방자치법의 취지가 반감된다는 입장입니다.

검찰 관련
◈불필요한 논란 방지 위해 명확한 근거와 해석이 필요

현재로서는 광역자지단체가 기초자치단체를 암행 감찰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암행 감찰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입니다. 해석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암행 감찰에 대한 논쟁은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고소인은 공소장에 암행 감찰이 서울시장의 직무권한을 벗어났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만약 박원순 시장을 기소하게 된다면 암행 감찰은 불법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기소하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무엇이냐,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릴까요? 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어릴 때 암행어사를 좋아했던 시민으로서도 눈길이 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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