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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0억 원 들인 '디자인 가판대' 애물단지 전락

[취재파일] 200억 원 들인 '디자인 가판대' 애물단지 전락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기 좋은 서울을 만든다면서 도로 미관을 정비용으로 디자인 노점 가판대를 설치했습니다. 서울에 2천6백여 개, 통 크게 일괄 제작해 임대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2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더 정확하게는 제작한 바로 다음 해부터 창고로 옮겨져 먼지를 뒤집어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시 산하의 한 창고, 그 곳에만 수십여 개의 창고가 방치돼 있었습니다.  

노점들이 정비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 왜 디자인 가판대만 계속 쌓여가는 것일까. 이유가 있었습니다. 노점상은 서울시가 만든 디자인 가판대를 강제로 임대받았습니다. 장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서울시는 장사 품목까지 하나씩 하나씩 간섭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서울 종로의 한 노점상인은 “비가 와도 천막도 치지 못하게 할 정도”라며 “떡볶이 같은 건 아예 팔지도 못하게 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음료수며 껌이며 인근 편의점과 차별화된 물건이 없으니 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도 매년 100여개의 가판대가 서울시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서울시는 무료로 필요한 지자체에 주겠다고 하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상업 시설물로 맞춤제작된 것을 재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 서울시 직원은 “개인 노점상 가판대를 만드는데 서울시 예산을 들인 것 자체가 문제”라며 “회수하고 보관하고 재활용하고 이래저래 계속 예산이 줄줄 샐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판대 제작에 들어간 예산은 198억 원에 달합니다.
디자인 가판대 캡쳐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음’

취재 뒷이야기를 덧붙이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버려진 가판대를 취재하면서 시청과 구청의 협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방치된 가판대를 기자에게 보여줘서 하나 득될 것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너무 했습니다. 서울시는 구청에 관리 감독 권한을 위임했으니 구청에 가서 보여달라고 해라 하고, 구청에서는 서울시 자산이니 서울시 가서 허락받고 오라고 했습니다. 시쳇말로 뺑뺑이(?)를 얼마나 돌았나 모릅니다. 나중에는 용산 구청 직원은 “그냥 영상 찍지 말고 목소리만 내보내라”면서 “영상은 조금 덜 예쁘게 나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 무작정 찾아간 원효대교 아래 있는 용산구청 창고는 구멍이 숭숭 뚫린 철제 가림막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당초 리더의 잘못된 예산집행이 빚어낸 결과겠지만 실무자 역시 숨기기에 급급한 것을 보니 앞으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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