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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NEAT, 국가영어시험 맞나요?

[취재파일] NEAT, 국가영어시험 맞나요?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

작성 2013.06.13 22: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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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NEAT, 국가영어시험 맞나요?
어제 하루 선선한가 싶더니 오늘은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무더위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푹푹 찌는 교실에서 공부해야하는 학생들은 정말 고역일 겁니다.  특히 고3 수험생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1분 1초를 아껴가며 공부에 집중하는 수험생에게 가능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그 가족 뿐 아니라 주변인들도 조심하게 되는데요, 최근 만난 교육당국자들은 이런 개념이 없나봅니다. 지난 2일 치러진 국가영어능력평가, 즉 NEAT 얘기입니다.

지난 2일에 실시된 NEAT 2,3급 시험은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 반영되는 중요한 시험입니다. 이번 시험 성적은 동덕여대 등 36개 대학의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토플. 토익 성적과 똑같이 활용됩니다. 이 때문에 이번 NEAT 시험에 응시한 1천1백여명이 대부분 고3 수험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험 도중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전 화면의 문제로 돌아가봤더니, 자신이 작성한 답안이 사라져버린 겁니다. 고사장에선 응시생들이 시스템 오류에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이런 사실은 열흘동안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시스템 오류에 대한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교육부 담당국장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그 때에서야 사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도 담당국장,실장 등은 시험 당일 현장에서 어떤 사고가 났는지, 몇 명이 시스템 오류를 경험한 것인지, 이로 인한 해당 응시생들의 유불리 문제 등에 대해선 전혀 파악이 안된 상태였습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도 NEAT 1차 시험 당일 사소한 로그인 장애가 발생했으나 시험 실시 이전에 조치돼 정상적으로 시험이 완료됐다고 보고된 게 전부였습니다.  

출제와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사실 확인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아이템 방송 직전 전화를 걸어온 담당 본부장은 "이의제기한 응시자들이 답안 확인을 거쳐 정상적으로 시험을 완료했다"는 말만 전하고, 사고 규모나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SBS 8시 뉴스를 통해 보도가 나간 뒤에야 평가원은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응시자 1,116명 가운데 58명에게 자신이 작성한 답안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사고를 인정했지만, 이 또한 축소된 것이었습니다.

추가 취재 결과 시스템 오류에 노출된 응시자는 모두 225명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4월 28일 실시한 예비평가와 6월 2일 본시험에 모두 응시한 225명의 데이터가 엉켜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평가원은 이들의 성적 자료는 모두 실시간으로 저장됐다면서 채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자료가 정상적으로 저장됐다면, 문제가 발견된 학생들에게 답안 선택을 위해 추가 시간을 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또 시험 도중 오류를 발견한 응시자 58명 외에 이를 모르고 시험을 마친 학생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평가원은 이들에겐 오류 가능성을 알리지 않고 그냥 집으로 보냈습니다. 시험 당일 평가원은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술협력사와 함께 긴급회의를 열어 재시험 여부까지 논의했지만, 상급기관인 교육부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시험이 끝났다"라고 보고했습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저는 평가원측에 시험 당일 이의를 제기한 응시자 58명이 언제쯤 오류를 발견했는지, 이들에게 얼마나 추가 시간을 줬는지, 시스템 오류가 나머지 응시자의 답안 처리에 지장을 줬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사흘째 묻고 있지만, 평가원은 묵묵무답입니다. 시험의 공정성, 신뢰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도 NEAT의 데뷔전에 "시스템 오류"라는 오점을 남길 수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국가시험, 특히 매년 60만 고3 수험생이 목을 매고 있는 대학입시는 공정해야합니다. 수험생은 점수 1점을 올리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는데, 시험 관리가 엉망이어서 성적에 영향을 준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7월 28일에 NEAT 2차 시험이 있으니 그 때 잘 보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험 관리가 매끄럽지 못해 뒤늦게나마 사과한다. 피해 응시생은 이렇게 구제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국가 시험의 공정성은 신경쓰지도 않고, 사실 은폐에만 급급하는 모양입니다. 국가시험의 오류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은폐하는 것은 학생들의 땀방울을 허투루 여기고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가영어능력평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습니다. 

특히 NEAT 시험은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60만명 대상으로 준비된 시험이, 불과 1천여명의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이런 사고를 낸다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난 5년동안 NEAT 개발에 4백억원을 쏟아붓고 1백번에 가까운 모의평가를 실시했는데도 첫번째 정식 시험에서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면 수능 영어시험 대체는 다시 원점에서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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