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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랑스는 원전 비리가 없나?

한국 원전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

[취재파일] 프랑스는 원전 비리가 없나?
프랑스는 전력의 75%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합니다. 전기를 다른 유럽국가에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원전 비리로 시끄럽지도 않습니다. ‘원전 강국’인 셈입니다. 이 원전을 가동하는 조직이 프랑스 EDF(Electricite De France)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력 같은 회사입니다.

그럼 EDF는 우리 같은 납품 비리가 없는 걸까요? 정답은 “없다” 입니다. 과거 일부 소규모 비리가 적발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없다고 합니다. 그럼 EDF는 부품 구매와 품질 검증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EDF는 부품 구매 및 품질조직을 내부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외부 검증기관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행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원전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부품 구매는 본사 엔지니어링 파트에서 담당합니다. 이 조직은 프랑스 국내외 원전에 대한 기술지원과 구매업무를 수행합니다. 운영중인 원전에 필요한 자재 구매와 관련해 대량 구매나 규모가 큰 계약은 본사에서 처리합니다. 소량인 경우는 해당 발전소에서 직접 구매합니다. 기술규격서 역시 EDF에서 직접 작성합니다.

품질검사도 내부에 검사조직을 둬 자체 인력으로 검사관리 업무를 수행합니다 안전성관련 부품은 모든 검사에 EDF 인력이 반드시 입회하고, 비안전성 품목의 경우 외부 검사기관에 일부 위임하는 방식입니다. 품질보증도 자체조직에서 자격심사 및 정기적인 평가 업무를 실시합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회사(한국수력원자력) 내부에 부품 구매와 품질검증을 맡기면 비리가 사라질까요? 저 생각은 “글쎄요” 입니다. 개인 의견을 떠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그러냐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한수원이 ‘원전 마피아’라는 말을 듣는데 모든 업무를 다 맡긴다고 하면 국민 여론이 받아들일까요? 비리가 없었다고 해서 프랑스 방식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고, 계속 외부기관에 맡기기도 곤란한 상황이 된 겁니다. 현재의 원전 비리는 제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간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즉, 검증기관과 업체간의 유착관계를 단절하지 않고서는 시스템 변경만으로는 비슷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한수원을 포함한 유관 기관 퇴직자의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를 확대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비리의 사슬을 끊기 위한 대책의 일환인데 일단 시행해 보고 효과를 검증해 봐야 합니다.

원전 캡쳐_500


원전 비리 근절 대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원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시면 알겠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지난해 터진 원전 고장 은폐 시도가 있기 전에는 원전이 고장 나도 기사를 크게 다룬 언론이 많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검증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겠지만, 원전도 가끔 고장날 수 있는 기계로 본 겁니다. 지금 프랑스 언론이 과거 우리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프랑스 원전의 고장률은 2011년까지 3.08%였습니다. 0.3%대에 머물던 우리와 비교해 훨씬 고장이 잘 나는 셈인데, 원전이 고장 났다고 기사를 쓰는 프랑스 언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슷했던 두 나라 언론이 지금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우리 언론은 원전의 작은 고장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는 한수원이 자초한 면이 큽니다. 국민이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불안해 하고 있는데, 원전 고장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드러나자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한 겁니다. 

스스로 떨어뜨린 신뢰도는 스스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원전 고장은 자동차 고장이나 비슷하니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으로는 안 됩니다. 국민이 한수원과 관련 당국에 묻는 건 기술이 아닙니다.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줄거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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