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5년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설치한 우편함을 한 번도 열어보지 않고 있습니다."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스위스 대표인 우르스 게르브르 육군소장은 12일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해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판문점 중감위 회담장(T-1 건물)에 설치된 북한 우편함에 관한 특이한 이력을 소개했다.
중감위 회담장에는 주황색 나무로 만든 우편함 6개가 벽에 붙어 있다. 이 중 한 우편함은 정전협정 서명의 한 당사자인 북한의 우편함이다.
이 우편함은 중감위 회의 결과를 비롯한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설치됐다. 북한 우편함에는 'KPA'(Korean People's Army)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1995년까지는 북한도 이 우편함에 들어 있는 문서를 열람하고 가져갔다고 한다.
그러나 1991년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이 임명되면서 북한의 '몽니'가 극에 달했다. 북한은 당시 북측에서 활동한 중감위 대표인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대표를 내쫓은 뒤 군정위와 중감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6·25 전쟁에 전투병력을 파견하지 않은 국가 중 스위스와 스웨덴,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를 중감위 대표국으로 선정했다. 이중 스위스와 스웨덴은 남측에서, 체코와 폴란드는 북측에서 각각 중감위 대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북한은 1991년 군정위 수석대표로 당시 한국군 황원탁 소장을 임명한데 반발해 군정위를 인정하지 않고 대신 개성에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했다. 판문점 북한군 경비병 군복에는 판문점대표부라고 새겨져 있다.
북한은 1995년부터는 중감위에 설치된 이 우편함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게르브르 소장은 전했다.
요즘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판문점 중감위 회담장에는 스위스와 스웨덴 중감위 대표단 10명이 모여 회의를 개최한다.
또 주한미군의 현재 군인 수와 남한과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해 회의록을 작성한다. 중감위는 이 회의록 사본을 북한 우편함에도 꽂아놓지만 정작 우편함의 주인은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게르브르 소장은 "매주 회의가 끝나면 차례대로 회의록을 꽂아둔다"며 "그러나 북한이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중감위가 3개월마다 수거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중감위를 '유령(ghost) 조직'이라고 부른다"며 "북한군이 보든 보지 않든 우리들의 임무이기 때문에 매주 회의록을 꽂아둔다"고 설명했다.
게르브르 소장은 "우리는 북한이 회의에 참석하길 원한다. 북측으로 통하는 회담장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판문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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