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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주부·교사까지…'눈먼 돈' 노린 보험사기

보험사기 해마다 증가…손쉬운 사고처리, 병원 묵인도 문제

선수·주부·교사까지…'눈먼 돈' 노린 보험사기
국내 모 아마추어 축구단 소속 선수인 전모(24)씨와 친구 4명은 올해 초 광주의 한 일방통행로 골목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기다렸다가 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형사합의금 등 400만원을 타냈다.

프로리그 진출을 추진 중이던 전씨와 1년 넘게 무직 상태로 프로야구 구단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다니던 친구들은 곧 경찰에 덜미를 잡혔지만 이미 보험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뒤였다.

보험사기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범인 유형도 조직폭력배, 운동선수, 가정주부, 교사 등 직업이나 계층을 가리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혐의로 8만3천181명에 4천533억원이 적발돼 2011년보다 1만848명(15.0%)에 297억원(7.0%)이 증가했다.

보험범죄 전담 수사관들은 사기에 가담한 일반인들이 초기 조사에서 "내가 들어놓은 보험 타 먹겠다는데….

어차피 누군가 가져갈 '눈먼 돈'"이라며 별다른 죄의식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행정 당국의 단속 강화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허술한 사고 조사 방식, 요양급여와 양심을 맞바꾼 일부 병원에 대한 제재 등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운동선수, 주부, 교사도 사기 대열에 광주 광산경찰서는 11일 고의 교통사고나 가벼운 상해를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당수령한 혐의(사기)로 총 1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가해자들은 광주지역 조직폭력배들이 주를 이뤘으나 영세 자영업자나 가정주부, 아마추어 축구선수와 야구선수들도 끼어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초·중·고 교사 14명은 2년 동안 방학을 이용해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냈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의 보험사기 가담 사유는 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지만 상해 정도나 차량 수리비 등을 부풀린 보험금 과다청구 관행, 장기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 할인율 등에서 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도적 문제점 역시 큰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빠지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험개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입원율은 58.5%로 일본의 6.4%에 비해 9배에 달한다.

◇"차에 타고 있기만 해도 돈 나와"…빠지기 쉬운 사기 유혹 지난해 적발된 전체 보험 사기범 중 자동차 보험 사기 관련자가 6만821명으로 73%에 달한다.

이들은 피해차량과 가해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고의로 사고를 낸 뒤 가해자 측 보험사로부터 합의금과 병원치료비, 차량 수리비 등을 타 나눠 갖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련자들은 단순히 차량에 탑승한 뒤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 치료를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거부감 없이 범행에 동참하기도 한다.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피해 과장, 사고 사실 날조도 대표적인 자동차 보험 사기 수법이다.

실제 부상을 입지 않았거나 경미한 사안임에도 '허리를 삐끗했다', '발목이 접질렸다'며 허위·과다 입원을 하는 것은 물론 자살·자해, 살인·상해, 방화 등 강력범죄를 악용한 보험사기 유형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허술한 보험사 조사, 병원 암묵적 방조 교통사고는 사고가 나고 며칠이 지난 뒤에도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할 수 있으며 보험사의 현장 조사 또한 피해 차량과 가해 차량 운전자들의 진술이 상반되지 않으면 사고 지점과 사고 부위 등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소소한 부상 역시 진단서 한 장으로 확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험설계사와 의사들은 사기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수수료를 챙기려 다수의 보험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금을 많이 탈 수 있도록 사고를 내는 요령, 보험금 수령 절차 등을 코치하며 허위 입원을 독려하기도 한다.

또 일부 병원 의사들은 환자가 원하면 경상임에도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주고 환자가 병실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해 요양급여를 받아 챙긴다.

사고나 부상 사실 자체가 없음에도 허위 진단서를 끊어주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기범의 직업을 살펴보면 운수업(2천707명), 병원(1천177명), 보험모집(1천129명), 자동차 정비업소(1천35명) 등 보험사기의 유혹을 받기 쉬운 분야의 종사자가 다수 적발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가입자에게 보험사기 금액이 늘어나면 대다수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지난 5일 발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는 약 3조4천억원으로 국민 1명당 7만원, 가구당 2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약관 및 청약서에 보험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경고조항 삽입, 통합계약정보센터 구축, 계약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언더라이터' 양성, 진료비 기준 일원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범죄 양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성중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과장은 "보험사기는 전 국민이 피해를 보는 중범죄임에도 억대 사기를 저질러도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양형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처벌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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