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공식적인 일정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기간에 중국어로 연설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출입기자 오찬에서 "많은 분들이 원하면 하려고 한다"고 밝혀 중국어 연설에 대한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통' '지중파'로 인식돼 중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중국어를 했던 사람이 드문데다 펑여우란의 세계적 명저 <중국철학사>를 통독했다는 사실도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못지 않게 중국도 자신들의 모국어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대통령이 이번 방중기간에 중국어로 연설을 한다면 14억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게 분명합니다.
중국과 혈맹인 북한의 경우 김일성 주석은 등소평 등 중국 지도자와 회담할 때 통역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급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정치인들은 외국의 지도자들이 중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외국의 정상 가운데 중국에서 중국어로 연설한 사람은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거의 유일합니다. 러드 총리는 호주국립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고 중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능숙한 중국어 실력을 뽐냈습니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40대에 EBS를 통해 5년 동안 독학으로 중국어를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어는 우리 말과 달리 '4성'이 있고 '권설음' 등 한국어에는 없는 꽤 까다로운 발음이 있어 독학이 쉽지 않습니다. 어린 나이에 발음을 배우지 않으면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 어렵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중국에서 즉석연설을 3분 정도 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그 동영상의 존재 여부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현재 중국어로 말하는 것이 동영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 2개 있습니다. 첫번째는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입니다. 당시 박근혜 특사는 "오늘 주석 각하를 다시 만나뵐 수 있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중국어로 했습니다. 이를 중국어로 옮기면 "今天能再次見到主席閣下, 深感榮幸"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각하'(ge xia)의 발음이 분명치 않고 '深感'은 'shen gan'인데 'cheng an'처럼 들립니다.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외워서 하다보니 그런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성조 즉 '4성'도 일부 정확하지 않은데가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발음이 좋다"며 칭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번째 동영상은 지난해 11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톤회때입니다. 2008년 탕쟈쉬엔 중국 국무위원을 만난 당시 상황을 소개하면서 "제가 그렇게 좋은 팔자가 되나요?"라는 말을 중국어로 했습니다. 이를 중국어로 옮기면 "我nali有zheme好的運氣ne?"(입력 안 되는 한자는 발음기호로 처리)입니다. 원어민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2008년과 비교하면 발음과 성조가 상당히 정확합니다.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3성'과 혀를 입천장으로 말아서 내는 소리인 권설음 'zhe', 그리고 까다로운 'yun' 발음이 비교적 제대로 구사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발음이 담긴 동영상이 워낙 짧아 전반적인 수준을 확인하기 힘듭니다. 만약 지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때 정도의 발음이 구사된다면 중국인들이 알아듣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공식 만찬 아니면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방문 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어느 정도의 중국어 실력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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