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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뉴욕주 부촌에서 진행된 성매매 함정단속

성매수자 104명 신상공개의 이면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낫소카운티는 맨해튼 외곽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카운티'는 우리로 치면, 예를 들어 서초구 강남구 같은 '구'의 개념인데 사실 땅 크기로 볼 때 훨씬 큰 행정구역으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동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섬 모양의 롱아일랜드는 맨해튼 도심에서 거리가 떨어질 수록 큰 저택과 나무가 우거진 안락한 자연환경 속에 주로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 중심의 거주자가 많은 아름다운 동네가 펼쳐져있다.

지난 3일 (미국시간), 이곳 지방검찰은 '깜짝 쇼' 같은 수사발표를 내놨다. 한달 동안 벌인 성매매 특별단속 결과를 기자회견으로 설명하면서 체포된 성매수자 남성 104명의 이름과 상반신 사진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버린 것이다.

대부분 롱아일랜드 지역 거주자인 피의자들은 17세 청소년에서 79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망라됐고, 2명의 의사, 2명의 변호사, 2명의 대학교수, 그리고 펀드매니저 등 고소득 전문직이 다수 포함됐다. 한인 남성도 2명이 명단에 들어있었다. 수사 발표 이틀 뒤 신상공개 명단에 포함한 한인 남성 1명이 미국 증권거래 관련 업무를 하는 고위인사라는 점도 알려졌다.

지난 4월 중순부터 한달 여 동안 진행된 이번 수사의 이름은 '플러시 더 존스' 작전 (Operaion Flush the Johns),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형적인 함정수사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경찰 합동수사팀은 먼저 성매매에 많이 이용되는 인터넷 사이트인 '백페이지 닷컴'에 위장 성매매광고를 냈다. 그리고 이 광고에 접속한 남성들과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성매매 여성으로 변장한 여성수사관이 방으로 찾아온 남성들과 흥정을 벌이는 과정을 방 안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로 녹화해 증거를 삼았다. 검거작전은 호텔 몇 곳에 8개의 방을 빌려서 진행됐다. 흥정이 성사된 직후, 갑자기 방을 덮치는 수사관들의 모습에 해당 남성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미국에선 이런 식의 함정수사가 엄연한 합법이다.

수사를 주도한 지방검사는 여성인 케들린 라이스, 그녀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이들 남성들의 이름을 게시판에 올린 것이 아니고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이번 신상공개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근절에 효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해당지역에선 지난 10년 동안, 성매수로 검거된 남성이 39명에 불과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락한 동네는 발칵 뒤집혔다. 좋은 직장의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피의자 남성들은 모두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름 난 변호사들이 대거 이들의 변호를 맡았다. 변호인 측은 이번 신상공개가 무엇보다 피의자들의 가족, 특히 자녀들에게 큰 심리적, 현실적 피해를 줬음을 강조하고 있다. 

CBS와 지역 방송에 인터뷰한 브라이언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이 법정에 서기도 전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징벌을 너무 빨리 실행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전 모욕 처벌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미국의 사법정의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변호사들은 또 수사주체인 케들린 라이스 검사가 올 연말 검사장직 재선(미국에선 지방검사가 선거로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을 노려 성매수 남성들의 신상공개를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주요범죄 피의자들을 기소시점에서 공개하는 것은 미국에선 흔한 일이다. 일각에선 이런 피의자들의 강력한 반발은 이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중산층 이상 전문직 종사자들이어서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케들린 검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동안 성매매 여성들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고 성매수 남성들은 증인 정도로만 다뤄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 여성들이 남성들과의 거래과정에서 마약, 폭행, 인신매매 등 인권을 위협받는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피의자들에 대한 일부의 동정론을 "성매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을 것"이라며 일축해버렸다.

과연 이들은 저지른 범죄에 비해 가혹한 조치의 피해자가 된 것인가? 잘 살펴보면 미국 사회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처벌은 당연하지만 신상공개는 가혹했다는 의견, 처벌은 물론 신상공개도 당연하다는 의견. 이번 사례에서 분명한 것은 공공안전을 위한 법 집행에 있어서의 가차없는 결정과 예외없는 적용이다. 한가지 더 주목되는 사실은 이번 함정단속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남성 성매매 광고도 함께 이뤄졌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점이다. 해당 남성 피의자들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신상공개에 대한 피의자들의 반발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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