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이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 장소를 두고 이견을 노출한 것은 실무접촉의 위상과 의미에 대한 견해차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판문점을 접촉 장소로 제의한 것은 이번 실무접촉의 목적을 장관급 회담 개최에 필요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국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판문점은 숙박시설이나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어 출퇴근하면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회담 의제 등 심도 있는 논의는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접촉에서는 우리 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 운영과 관련된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 행정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 논의될 것"이라며 "내부적 준비 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시간적 제약과 장소, 회담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이동하기에 판문점이 더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실무대표 접촉에 나서는 남측 대표들이 장관급 회담에도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일단 이번 접촉에서는 간단한 문제만 논의하고 남북간 심도 있는 협의는 장관급 회담에서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접촉 장소로 개성을 제시한 데는 실무접촉을 통해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남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제 등과 관련해 사전 논의를 해보려는 의지가 읽힌다.
개성은 현재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된 상황이지만 개성 시내에 있는 자남산 여관에서 회담하면서 숙식을 해결하며 비교적 장시간 접촉이 가능하다.
2005년 5월 남북 양측은 제15차 장관급 회담에 앞서 개성에서 나흘간 차관급 회담을 하고 회담 개최문제는 논의했다. 나흘 중 이틀은 출퇴근, 나머지 이틀은 현지에 머물면서 진행됐다.
당시 차관급 회담은 2004년 7월 정부의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 불허와 베트남에서 탈북자 486명을 대규모로 입국시킨 것에 반발해 끊어졌던 남북관계가 10개월 만에 재개되던 상황에서 장관급 회담에 앞서 열렸다.
장관급 회담에 앞선 예비 실무회담 성격이 강했지만 당시 회담에서는 장관급 회담 일정과 6·15통일대축전 당국 대표단 파견, 비료 20만t 지원 등 상당히 구체적인 합의까지 만들어냈다.
2002년 8월에는 금강산에서 제7차 장관급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대표 접촉이 2박3일간 있었다.
앞서 2001년 10월 열린 제6차 장관급 회담이 아무 성과 없이 파행으로 마무리되고 남북관계 냉각기가 10개월 정도 이어지다 회담이 열리면서 실무 접촉이 열린 것이다.
당시 접촉에서는 장관급 회담의 일정과 장소, 의제뿐 아니라 제14차 부산 아시안게임 북측 선수단 파견, 8·15민족통일대회 지원 등의 문제에도 합의하고 공동보도문까지 발표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한 것은 과거 사례를 준용해 장관급 회담에 앞서 시간을 갖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의제까지 합의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수년 동안이나 중단되고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하여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그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번 실무접촉에서 주요 의제들에 대한 남측의 견해를 알아보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무접촉에서는 실무적 문제만 논의하고 구체적인 문제 논의는 본회담에서 하는 것이 불필요한 기 싸움을 줄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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