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27분쯤 먼저 도착한 김중수 총재가 현관 앞에서 현 부총리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편안한 노타이 차림으로, 두손을 꼭잡고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포즈도 취했다. 현 부총리는 "오늘은 별로 기사꺼리가 없을 건데.." 라며 오늘 회동이 매우 개인적인 만남임을 애써 표시했다. 그리고는 지난주 OECD 각료회의 출장 다녀왔던 얘기를 먼저 꺼냈다. 김중수 총재는 OECD 대사를 지낸 적이 있다. 현 부총리는 OECD에서도 요즘 일자리가 최대 관심사라며 "앞으로 한국은 과거처럼 성장을 목표로 삼지 않고 고용률을 높이겠다고 했더니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률을 높이는 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한 나라의 여성인력 활용은 구조적인 문제" 라며 "단기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복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자들 보는 앞에서 인삿말로 주고 받았다고 보기에는 약간 어색한 그리고 의도있는 말처럼 보인다.
아무튼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기자들을 물리고 30분 정도 배석없이 아침 식사를 했다. 회동 직후 두 기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두 사람이 식사 도중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가 조기종료될 가능성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하반기 물가안정과 추경 등 정부 정책패키지를 추진하는데 상호 협력하는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현 부총리는 식사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김 총재와는 "일자리 정책, 현 경제상황, 대외경제와 국내정책 평가, 해외 일자리 정책, 그리고 개인사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은과 정부가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장되게 우리 경제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상당히 준비된 멘트인 듯한 느낌이다. 반면 김 총재는 "(부총리의) 긴장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대외환경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도로 분위기를 전했다.
어제 회동은 현 부총리가 먼저 제안해 마련됐다. 과거에도 기재부와 한은은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정례 간담회를 가져왔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늦은 듯한 감이 없지 않다. 현 부총리가 김 총재의 고등학교, 대학교 3년 직속 후배인데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도 같이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자리도 4년 차이로 넘겨받은 인연이라면 만나도 벌써 만났어야 하는 관계다. 물론 새정부가 출범하고 인사가 늦었던 점, 그리고 추경예산안 준비등 바쁜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사이 두 사람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기준금리, 그리고 엔화정책 등에서 번번이 엇박자를 냈다. 그러면서 김중수의 '뚝심'이나 '배짱'이 더 많은 점수를 얻었다.
어제 만남은 그래서 현 부총리의 지혜가 돋보였다. 마치 OECD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부총리는 출장 보고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선배에 대한 예의를 표시했다. 부총리는 두 사람 관계에 기회를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정부정책도 협력해 푹 삶으면 더 맛있는 곰탕과 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장소도 그쪽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두 기관이 서로의 영역을 따지지 말고 곰탕처럼 푹 삶겨서 제대로 된 협업의 미를 국민들에게 안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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