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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작은소참진드기' 감염률·치사율 믿어도 되나요?"

[취재파일] "'작은소참진드기' 감염률·치사율 믿어도 되나요?"
작은소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SFTS 감염 소식에 관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드기가 매개체라는 사실, 또 그로 인해 사람이 숨졌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SFTS 감염으로 4명이 숨졌습니다. 모두 연령이 60대 이상인 분들이 숨져 더욱 안타깝습니다.

SFTS 중 SF(Severe Fever)에서 알 수 있듯이 고열이 공통 증상입니다. 실제 숨진 분들을 살펴보니 40도가 넘는 고열이 첫 증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구토와 설사가 이어졌는데, 이는 혈액 중 혈소판과 백혈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신체내 미세출혈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 논문에서도 알려졌듯이 국내에서도 숨진 환자들은 첫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 열흘 이내에 숨졌습니다. 아직까지 별다른 치료제가 없지만, 일단 병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른 시일안에 백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SFTS 감염 취재를 하면서 가장 큰 관심은 감염률과 치사율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진드기에 SFTS 바이러스가 다 있느냐?"와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이 죽을 확률은 얼마냐?"는 겁니다.

감염률과 치사율은 전염병으로 인한 소셜 패닉, 즉 사회적 공포를 키울 수도, 진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소 참 진드기_


먼저 감염률을 살펴봅니다. 작은소참진드기 중에 몇 %나 바이러스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현재까지 SFTS 교재(?)처럼 인용되고 있는 중국 논문에서는 감염률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Mosquitoes and ticks were commonly found in the patients' home environment. However, viral RNA
was not detected in any of 5,900 mosquitoes tested. On the other hand, 10 of 186 ticks(5.4%) of the species that were collected from domestic animals in the areas where the patients lived contained SFTSV RNA.

대체로 SFTS 환자 주변 환경에서 모기와 진드기가 많이 발견됐는데, 5900마리 모기 중에선 바이러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반면 진드기 중엔 5.4%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즉, 작은소참진드기 20마리 중에 한 마리는 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감염률은 다릅니다. 작은소참진드기 250마리 중 한 마리꼴로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조사와 발표와 1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조사 결과입니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에 감염률 조사 data를 확인해봤습니다. 생각보다 자료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조사 대상 진드기 개체수는 9천마리 정도였다는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의 말을 들었습니다.  진드기 한마리 한마리씩 조사를 할 수 없어서 묶음 조사 방식으로 했다는 군요. 대상 지역은 전국 22개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감염률이 0.36%. 0.4라는 수치는 0.36을 반올림한 수치라고 합니다.

5.4%(중국)와 0.4%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 측 조사 대상 진드기 수를 보니 186마리입니다. 너무 표본이 적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게다가 186마리를 어디서 채집했는지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는 동물, 특히 이동성이 크지 않은 소같은 가축을 숙주로 삼고 있는 진드기들은 한자리에서 모두 함께 감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표본 진드기들의 채집 장소가 다양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의 감염률 조사(5.4%)는 그냥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9천여 마리를 표본으로 조사했다는 우리 질병관리본부 감염률이 더 신빙성이 갑니다. 그렇다고 작은소참진드기 위험도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숫자가 높고 낮고를 떠나 SFTS를 옮기는 진드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치사율을 살펴보겠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면 사망에 이르는 확률이 얼마나 되냐는 겁니다.

치사율 관련해선 중국 논문에서도 왔다 갔다 합니다. SFTS 발견 초기인 2009년 초반엔 30%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2011년-2012년 통계에선 6.3%로 떨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SFTS 환자가 2,047명이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129명이 숨졌다는 겁니다.

In 2011-2012 in China, 2047 cases of SFTS were reported (46.65% male and 53.35% female), and 129 deaths (55.04% male and 44.96% female) occurred.

흔히 SFTS 치사율로 알려진 6%는 바로 이 자료에 근거한 것인데, 이 정도 치사율이라면 2-7%로 알려진
유행성 출혈열(들쥐 배설물 매개)과 비슷한 수준이고, 20~30%로 알려진 일본 뇌염(모기 매개)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살인진드기_500

그렇다면 우리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치사율은 있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6월 4일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확인한 SFTS 감염 환자는 6명입니다. 이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치료 중입니다. 이 상황이라면 치사율은 무려 67%가 되겠죠?  하지만 67% 치사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이죠.

전염병 발병 초기에는 사망자를 포함해 중증환자 위주로 파악되기 때문에 치사율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중증이 아닌 SFTS 환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무증상 환자, 즉 SFTS 감염이 됐는데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고 이겨낸 사람들은 아예 파악 자체가 안 되겠지요. 분자는 확인되는데 분모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사율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해서 치사율은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욱 떨어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포스러운 수준의 전염병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지나친 낙관도 금물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 없었던 전염병이 발병한 때에는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철저한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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