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만인을 위한 결혼" vs "만인을 위한 투쟁"

프랑스 첫 동성부부 탄생…'최선-최악' 논쟁 뜨거워

[월드리포트] "만인을 위한 결혼" vs "만인을 위한 투쟁"
  자유와 평등의 나라 프랑스가 동성결혼을 놓고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9일 저녁 6시, 프랑스 남부 도시 몽펠리에 시청사에서 역사적인 동성부부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남자 커플인 두 사람은 몽펠리에 시장 앞에서 서로를 배우자로 받아들인다고 약속했습니다. 몽펠리에 시장은 "법의 이름으로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하나가 됐다"고 성혼 선언을 했습니다. 동성결혼법이 시행된지 11일만에 나온 첫 동성부부입니다.

  이 결혼식은 취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2백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들었습니다. 프랑스가 그동안 동성결혼을 두고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였고, 동성결혼에 항의하며 자살한 사람이 나오고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기사거리가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결혼식이 열린 시청사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면서 소수의 반대 시위자들만 체포됐을 뿐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동성결혼은 사회당인 올랑드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동성결혼(법)을 통칭 'Mariage pour tous'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만인을 위한 결혼'쯤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3대 건국이념으로 자유와 평등이 들어 있듯이 본인의 성적 취향이 무엇이든 간에 누구나 자유 의지로 결혼할 권리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동성결혼법이 시행되면서 이들은 상속, 연금 전환, 국적 취득, 성(姓) 전환, 이혼 등 모든 권리를 갖게 됩니다. 물론 자녀 입양도 허용됐습니다. 

  반대파는 강력히 반발합니다. 그들을 통칭해 'Manif pour tous'라고 합니다. '만인을 위한 투쟁, 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파리시내 중심가에 있는 앙발리드에서 주최측 추산으로 백 만명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동성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반대 세력이 집결하게 된 원인은 동성부부에게 입양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을 보면 "저(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필요합니다." 입니다.

즉, 성이 다른 엄마, 아빠가 있어야 정상적인 가족을 구성할 수 있지, 입양아의 부모 선택권도 없는데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살면서 아이를 입양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60%는 동성결혼을 지지하지만, 동성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것에는 50% 이상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야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이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데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함께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유력지는 동성결혼이 누구에게는 최선이지만, 반대편엔 최악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즐기는 논쟁과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받아 들여집니다. 현실적으로 동성결혼법이 철회될 가능성도 없습니다. 헌번재판소의 합헌 판정까지 받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그룹도 '1호 동성부부'가 나오면서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한 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성결혼 부부에 대해서는 자녀 입양을 금지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향후에 동성결혼법을 폐지하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규모 군중집회 보다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을 선거에서 다수 당선시켜 의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힘을 모으겠다는 겁니다. 
 
  동성결혼 여부를 놓고 프랑스 사회가 보수, 진보로 갈라선 가운데 젊은층이 대거 동성결혼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거부에서 생태, 여성운동의 시발점이 된 '68세대'에 견줘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이라고 해석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가족이란 전통 가치를 지키자는 주장부터 경제난에 대한 불만 표출까지 거리에 나선 젊은이들을 보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프랑스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속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 사회도 비슷하지만 젊은층이 전통적 정당정치에 신물을 내고 있어, 좌우파 모두 '뉴 제너레이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