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저명 경제학자가 최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러시아를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언론은 이 사건을 푸틴 정권하에서 야당 성향의 진보주의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2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세르게이 구리예프 러시아 신경제학교(NES) 총장은 투옥 중인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연방수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호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구리예프 총장은 또 겸임하고 있던 대형 은행 '스베르방크'의 임원직과 러시아 벤처 컴퍼니의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모두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구리예프에 대한 연방수사위원회 조사와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구리예프가 호도르코프스키를 옹호하는 내용의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것에 대한 응징이라고 지적했다.
구리예프를 포함한 6명의 독립 전문가들은 대통령 인권위원회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호도르코프스키에 대한 연방수사위원회의 2차 기소 혐의(회사재산 횡령)가 근거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탈세 등의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던 호도르코프스키는 수감중 제기된 2차 추가 기소 건으로 형기가 13년으로 늘어났다.
연방수사위원회는 호도르코프스키 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전문가들에게 자금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명분으로 구리예프 등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출소 예정인 호도르코프스키를 더 오래 감옥에 가둬두기 위해 수사당국이 그에 대한 추가 기소 건수를 찾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구리예프를 조사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번 조사가 구리예프가 푸틴에 반대하는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공개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모스크바 고등경제학교 교수는 이번 조사가 최근 푸틴 대통령 측의 정적에 대한 위협과 관련 있다며 "야권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들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에선 이고리 슈발로프와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 알렉세이 쿠드린 전(前) 재무장관 등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구리예프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측은 이번 일이 반대파에 대한 탄압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법권 남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은 "구리예프가 떠나길 원하면 떠나게 해주자. 만약 그가 돌아오기 원한다면 돌아오게 하자. 그건 개인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모스크바ㆍ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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