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4월 6월, 로이터 통신 기자가 북한 압록강 주변 도시인 혜산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출처: 이화여대 김용표 교수 학회 발표자료).
해질녘 집집마다 솟아 있는 굴뚝에서는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한 여인이 마치 압록강에서 물을 떠오기라도 한 듯 물동이를 들고 마을로 들어가고 있다. 60~70년대 우리 시골 어디에선가 본 듯한 모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서울지역 대기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20%는 북한에서 넘어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용표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Atmospheric Environment에 발표했다(Kim, I.S., Lee, J.Y., Kim, Y.P. (2013) Impact of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 emissions from North Korea to the air quality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South Korea, Atmospheric Environment 70, 159-165).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는 2개 이상의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로 석탄, 나무나 풀 같은 유기체(바이오메스), 디젤 등 화학연료나 유기물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한다. 50여종의 PAHs는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벤조(a)피렌(benzo(a)pyrene) 등 일부는 유전자 변이와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전국 31개 측정소에서 벤조(a)피렌을 비롯해 발암물질로 알려진 13종의 PAHs를 측정하고 있다. 한 예로 2011년 벤조(a)피렌의 경우 전국 31곳 측정소 가운데 21곳 측정소의 연평균 농도가 영국의 권고기준인 0.25ng/㎥ 넘어섰다. 특히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에는 농도가 최고 1.37ng/㎥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 평균 농도가 영국 권고기준의 3배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식품에 대한 벤조피렌의 허용기준은 있지만 공기에 대해서는 권고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최근 2년 동안 6일 간격으로 총 67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PAHs 13종의 농도와 이동 궤적 등을 관측하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서울지역 대기 중 PAHs 농도는 북서풍이나 북풍이 부는 겨울철에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서울 지역 PAHs의 1/3 정도는 수도권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2/3는 중국과 북한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겨울철에 대기 중 PAHs 농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중국. 북한 등에서 난방을 하는 시기인 겨울철에 석탄과 나무 등 유기물을 연료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팀이 공기가 중국북부에서 서해를 통과해 서울로 직접 들어오는 경우(39 Case)와 만주에서 북한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19 Case)의 PAHs 농도를 비교한 결과 서해를 통과해 직접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의 PAHs 농도는 19.64ng/㎥인 반면 만주에서 북한을 거쳐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의 PAHs 농도는 40.88ng/㎥로 서해를 통과해 들어오는 경우보다 2배 이상 높았다.
PAHs 배출원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만주에서 북한을 거쳐 들어오는 경우 서해를 지나 직접 서울로 들어오는 경우보다 석탄의 불완전 연소로 배출되는 PAHs 기여도가 2배 높아졌고, 바이오메스의 불완전 연소로 배출되는 PAHs 기여도는 3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주(중국북동지역)와 북한지역이 중국북부지역보다 석탄이나 바이오메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연료로 사용하고 그 만큼 PAHs를 배출하는 양도 많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북한이 서울과 거리가 매우 가까운데다 북한이 석탄과 나무 등을 겨울철에 주요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발생한 PAHs가 북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서울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북한의 연료 사용과 각 연료의 기여도 등을 고려할 때 서울지역 PAHs 농도의 20%는 북한에서 발생해 넘어오는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대기오염 물질이 국경을 넘어오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번 연구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사례 연구인 만큼 모든 것을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서울의 대기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북한 가정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향수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북한 경제의 어려움, 나아가 한국인의 건강 차원에서도 바라봐야 할 문제가 됐다.
[취재파일] 대기 중 벤조피렌…20%는 북한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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