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던 밀양이 평온을 되찾았다. 정부는 전문가협의체의 권고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40일간 밀양 송전탑 사태 해결의 열쇠는 전문가협의체가 쥐게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와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가 29일 합의한 중재안에는 이날부터 40일 동안 한전 추천 3인, 반대대책위 추천 3인, 국회 추천 3인(여 1, 야1, 여야합의 1)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보고서 형태로 국회에 권고안을 내도록 했다.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주민도 한전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양측의 갈등을 대승적으로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섣불리 예단하지 말라"
한 차관은 이날 국회 합의 후 브리핑에서 전문가협의체의 예상 결론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답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어떤 것도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협의체의 논의 과제는 두 단계로 구분된다. 반대대책위가 밝힌 기존선로 활용 우회송전 가능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밀양구간 지중화와 그외 밀양 송전탑의 건설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와 한전은 '지중화는 원천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2조원 넘는 재원이 들고 공사기간도 10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는 쪽이었다.
더욱이 765㎸ 고압케이블 지중화 기술은 세계 어디에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곳이 없어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제 전문가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상황에서는 '논의의 한계'를 따로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문가협의체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는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합의문에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합의된 사항은 합의된 대로, 이견이 있는 부분은 다수 견해와 이에 대한 각각의 이견을 명시해 작성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즉, 의견 대립으로 협의체에서 단일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을 미리 상정해 단서를 달아놓은 문구다.
9명으로 구성되는 전문가협의체에서 4대4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한 명이 캐스팅보트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아예 의견 자체가 결집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전력수급·UAE원전 문제는 정부가 '한발 후퇴'
협의체가 활동하는 40일 동안과 보고서가 국회 상임위에 제출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한달 보름 가까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다.
애초 정부와 한전은 올해 12월까지 밀양 구간에 남은 52기의 송전탑 건설을 완료해 신고리 원전에서 창녕 북경남변전소에 이르는 90.5㎞의 송전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차질없이 공급되고 새로 건설된 원전의 상업운전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일정표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전이 공사현장 보존조치를 하는 동안 주민이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아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곧바로 공사를 재개할 수 있더라도 물리적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당장 올 겨울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고리 3호기는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과 관련해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추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차관은 "고민을 많이 했다. 일정기간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의 협조 하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과 관련해 신고리 원전이 일종의 '레퍼런스 플랜트'가 되기 때문에 송전망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논리도 정부 측에서 어느 정도 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차관은 "(밀양 문제를) UAE 원전과는 더 이상 연결짓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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