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원전 부품인 제어케이블이 유사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방사성 물질 유출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제어케이블은 인체에 비유하면 '원전의 신경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부분에 엉터리 부품이 설치됐다면 사고가 났을 때 극한상황에서의 긴급제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어케이블이 비상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핵연료 냉각 및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제어케이블이 설치되는 주요 계통은 원자로냉각재계통을 비롯해 안전주입계통, 정지냉각계통,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 1차기기 냉각수계통, 격납건물계통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29일 "원자로 계통에 구멍이 생기거나 금이 가 물이 새고 고온·고압의 극한상황에 도달한다면 제어케이블이 특정한 동작 명령을 전달해야 한다"며 "차폐문을 닫거나 반대로 구멍을 열어 환기시키는 작업, 냉각재를 투입하는 작업 등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원안위의 발표대로 신고리원전 1∼4호기 등에 '먹통 케이블'이 쓰인 게 사실이라면 100∼200도의 고온이나 2∼3기압의 고압 상태에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시험·검증기관이 이처럼 시험서 조작을 감행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는 평상시에는 제어케이블 이상으로 인한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제어케이블의 고장은 사람으로 치면 신경 계통의 마비나 마찬가지"라며 "원전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고온·고압 구역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긴급상황에서 제어케이블을 통한 수동제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위 조사결과 제어케이블의 극한상황(harsh environment) 시험에서 12개의 시편 중 단 3개만 통과한 것을 시험기관이 조작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다른 부품의 시험성적서까지 믿을 수 없게 만들어 신뢰체계가 통째로 무너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는 "원자로 사고가 나면 방사능 준위가 높아지고 격납용기의 환경이 매우 열악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어케이블의 피복이 벗겨져 녹아내리거나 절연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위조 파문 제어 케이블 고장 땐 원전 '신경계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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