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을(乙)'의 생떼 아니냐'는 소리도 하는데 제게는 생계가 달린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최근 힙합 듀오 '리쌍'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임차인에게 가게를 비워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28일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피해사례 보고대회'에서는 임차인들의 억울한 사연이 줄을 이었다.
리쌍이 건물주로 있는 강남구 신사동 건물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서윤수씨는 "최소한 5년은 법의 보호를 받아 장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건물 주인이 바뀌고 2년 만에 장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황당하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 2010년 10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에 대출받은 돈을 보태 권리금 2억7천500만원, 시설투자비 1억여원을 들여 보증금 4천만원, 월세 300만원에 가게를 계약했다.
당시 5년의 임대차 계약을 요구하는 서씨에게 임대인은 "법의 보호를 받아 5년은 장사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2년 계약서'를 쓰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건물이 리쌍에게 팔린 뒤 서씨는 곧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서씨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그저 나가라는 얘기만 했고 재건축·리모델링 때문이라면 공사가 끝나고 그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나가라는 말뿐이었다"며 "누가 2년만 장사하려고 큰돈을 투자해 가게를 시작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서씨는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에 보장된 5년의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보증금과 10개월치 월세 등을 합한 환산보증금이 3억원을 초과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제주시 연동에서 꼬치집을 운영하는 박성준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상가에 입주한 8명의 임차인을 대표해 이날 보고대회에 참석한 박씨는 "올해 2월 건물을 사들인 새 임대인이 변호사를 선임해 일방적으로 점포를 반납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며 "전 재산을 투자해 가게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내 꿈이 짓밟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진 사람들이 법의 엉성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 욕심을 채우려 악용하고 합법을 가장한 수법으로 영세 상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서울지역은 환산보증금이 3억원 이하일 경우 5년의 계약갱신청구권과 보증금 인상 상한(9%) 등의 적용을 받게 돼 있는데, 서울 주요 지역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가는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수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조를 손봐야 한다"며 국회의 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건물주 '갑의 횡포'…영세상인 피해사례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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