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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 마지막 길을…연명치료 중단의 딜레마

<앵커>

하지만 권고는 권고에 그칠 뿐입니다. 그래서 아예 법으로 정해놓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내 가족의 마지막 가는 길, 어느 것이 최선인지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버킷 리스트, 즉 사망하기 전 꼭 하고 싶을 일을 암환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최창복/대장암 환자 : 시골에 가서 조그만 밭 하나 가지고 농사, 자기 먹는 거 심고 싶고….]

[이두현/간암환자 : 아무래도 부인이 반려자니까 부인에게 모든 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요. 깨끗이 죽고 싶어요.]

암 진단받기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게 대부분 암환자들의 버킷 리스트입니다.

연명의료결정 권고안은 환자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된 임종이 필요하다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한 병원 조사결과 본인이 암에 걸렸다면 의사에게 직접 듣기 원한다는 사람이 89%나 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이 암 환자일 경우 생각이 달라집니다.

[폐암환자 가족 : 본인은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옆에서 무슨 얘기를…환자는 전혀 모르고 있거든요. 그걸 제가 얘기해줄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면 알고 싶지만, 가족이라면 알리고 싶지 않다.

학계에선 이를 '한국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 가족에게 통보 결정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지연/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 환자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게 각서나 이런 형식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데 현실이고요. 그러니까 사실 마지막 선택은 가족들이 많이 내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본인이 알지도 못한 채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현실에서 가족들만의 의사표시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또 법으로 연명의료중단을 허용한 미국 등처럼 입법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제화에 앞서 생명경시 우려를 불식시킬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어 연명의료중단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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