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한강 시민공원에 텐트치면 안 되나요?

[취재파일] 한강 시민공원에 텐트치면 안 되나요?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한강 고수부지에서 텐트를 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치맥의 여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강변에서 그늘막 설치하고, 텐트치고 밤늦게까지 술잔 기울여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발전해서 외국처럼 도심에서도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요.

요즘은 주말이면 한강 일대는 시민공원인지 캠핑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텐트촌으로 변해버립니다. 하지만, 한강공원에 텐트 설치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건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 4월 25일, 시가 관할하는 한강 전 지역에 야영과 취사 행위를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텐트를 치는 행위 자체를 야영으로 간주해 국가하천인 한강변에 텐트 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다 한강 잔디밭에 나무가 적고 그늘이 부족해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도심 여가 공간 확대를 주장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지난해 7월 정책을 바꿨습니다. 5월부터 9월까지 딱 4달 동안만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자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관련시설도 개선되면서 한강공원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그늘막 수요가 많은 실정을 감안해 텐트 연중 설치가 가능하도록 다시 규정을 바꿨습니다. 단 그늘막은 햇볕 차단을 위한 최소 기능을 유지하는 정도로 못을 박았습니다. 즉, 한강에 1년 내내 텐트를 칠 수 있게 된건 2013년 5월부터입니다.

한강공원 그늘막
여기서 서울시의 한강공원 그늘막 이용기준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허용시간 : 일출 이후부터 일몰 전까지 (밤에는 철거)
♦ 허용기간 : 1월~12월(12개월)
♦ 허용장소 :
잠실대교 하류 서울시계 한강공원/ 잔디밭 (행사나 기타사항 등 고려해 탄력적 운영)
♦ 불허장소 :
상수원 오염 방지를 위해 잠실대교 상류(광나루, 잠실 일부 지역) 지역은 주야불문 그늘막 설치 불가
♦ 허용 그늘막
-2면 이상 개방 가능한 소형 그늘막 (가로 2.5m x 세로 3m 이내)
-지주나 노끈으로 잔디나 나무를 훼손하거나 통행인에게 방행가 되는 그늘막은 불허
-이용시 2면 이상 개방할 것.
♦ 이용원칙 : 야영이나 취사는 절대 금지
-단순히 햇볕을 피하며 간식이나 낮잠 정도는 야영의 범위로 보기 어려움

이 규정에 따라 일몰 이후 한강 공원에 텐트를 칠 경우엔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됩니다. 국가하천인 한강 주변에 텐트를 치는 행위 자체가 야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하천법 제46조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또 한강상수원 지역 즉 광나루지구와 잠실대교 상류 일부 지역에서 텐트를 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즉, 낮이든 밤이든 상수원보호구역에선 텐트를 칠 경우 수도법 제7조에 따라 무거운 처벌이 내려집니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텐트를 치는 행위는 감경규정이 없을 정도로 처벌이 엄격합니다.
              
문제는 이런 그늘막 설치 규정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저도 취재하면서 한강공원 텐트 설치기준을 처음 알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대부분 밤에 텐트를 치면 안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해 한강 공원에 그늘막 사용을 허용하면서 관련 규정에 대한 홍보는 부족했습니다. (한강공원에서 그늘막 설치 기준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치 기준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캠핑 열기를 타고 텐트나 그늘막 같은 캠핑 관련 용품 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어떤 것이 그늘막이지 텐트인지 또 모기장형 그늘막인지 정확히 구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서울시 규정을 따를 경우 한강공원에는 가로 2.5미터 세로 3미터 이하의 햇볕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그늘막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풍기 문란이나 범죄 예방 차원에서 2면 이상 반드시 개방해야 합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텐트폰
주말 한강공원에 나가보면 마치 캠핑용품 박람회장 같습니다. 초소형 원터치 텐트부터 10여명이 둘러앉은 몽골텐트 같은 대형 천막, 거기에 젖은 옷까지 널어놓은 가족형 텐트가 수두룩합니다. 과연 한강변에 등장하는 수백동이 넘는 텐트 또는 그늘막 가운데 서울시 규정을 지킨 텐트는 몇 개나 될까요?

대형천막이나 텐트의 등장으로 시민공원 본연의 기능이 훼손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실 한강공원은 시민들의 산책이나 가벼운 놀이를 위해 조성된 잔디밭과 유휴 공간입니다. 하지만, 휴일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공간이 없습니다. 잔디밭 곳곳에 꽂힌 텐트팩과 나무에 묶인 노끈들이 자투리 공간마저 대부분 점령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또 취사가 안 되다보니 치킨이나 피자 같은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원 진입이 금지된 배달 오토바이의 통행으로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시에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평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교외로 멀리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 손잡고,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강에 나온 가족의 그 짧은 휴일의 평화를 냉정한 규정을 들이대며 깨뜨린다는 것도 조금 잔인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실질적으로 수백동의 텐트를 일일이 단속하고 몰아낸다는 것도 불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현재 서울시는 상수원 보호구역내 텐트 설치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야간에 설치한 텐트는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통해 줄여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한강에 텐트 치는 것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시민들과 단속원 사이에 어느 정도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현재 서울 한강공원 12개 지구 가운데 야영과 취사가 허용된 곳은 난지캠핑장 딱 1곳 뿐입니다. 캠핑 인구의 증가에 맞춰 서울시가 여의도와 뚝섬에 여름철 한시적으로 캠핑장을 추가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무더운 여름입니다. 잠 못드는 열대야가 찾아오면 한강을 찾는 사람은 늘어날 겁니다. 시민에게 한강 공원을 돌려준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소중한 한강공원을 다함께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용 규정의 현실화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