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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지못해 받아들인 6자회담…김정은의 미숙한 리더십

[취재파일] 마지못해 받아들인 6자회담…김정은의 미숙한 리더십
   주변국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마이 웨이’를 계속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왔던 북한이 중국에 특사를 파견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형식의 대화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핵포기는 없다며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도 거부해 온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 직면해 방향을 전환하려는 것일까?

시진핑 특사 캡쳐_
김정은 정권에 대한 상반된 평가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각자의 시각에 따라 보고 싶은 면을 골라보는 측면이 강하지만, 이런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왕조적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노선 이외의 어떤 일탈도 용납되지 않는다. 김 씨 일가에 대한 사소한 비판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며, 김 씨 일가 체제를 보위하기 위해 폭압적 통제기구들이 북한 전역을 옭아매고 있다.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군부도 철저한 통제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당 조직이 군대 곳곳에 침투해 군부가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지 감시하고 있다. 북한군 내의 당조직을 관할하는 총정치국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북한군 내에서 쿠데타가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북한군이 이렇게 당의 철저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체제적 특성으로 인해, 김정은 제1비서는 젊은 나이에 권좌에 올랐지만 별다른 도전을 받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 내에서 김정은에 도전하는 세력이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미숙한 리더십으로 불안정성 거론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 김정은 제1비서의 미숙한 리더십 때문이다. 정보 당국은 김정은 정권의 의사결정이 다소 즉흥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이라며 미숙한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는데, 당장 올해 초 상황을 되짚어보면 또 하나의 미숙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월 23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결의안 2087호 채택을 계기로 북한의 위협 공세는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반미대결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긴장 고조행위가 이어졌고, 평화체제 협상은 몰라도 비핵화 회담은 없을 것이라며 핵보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도 반복적으로 표출됐다. 

  핵포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김정은 정권의 단호한 결심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북한의 핵보유를 받아들일 수 없는 한미의 입장에서 보면 협상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었다. 한미가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당장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목표로는 걸려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이러한 여지를 아예 차단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치킨 게임 국면으로 변하면서 양측은 서로 부딪혀 파국을 맞지 않는 한 누군가는 후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 승자가 자신이 되길 원했겠지만, 북한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뒤로 후퇴해야 하는 쪽이 북한이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강경대치가 심화될수록 후퇴하는 쪽의 ‘부끄러움’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북한이 최룡해 특사를 중국에 보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고도 대내적으로는 전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당면하고 있는 곤혹스러움을 반영한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지고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절대 없다던 비핵화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을 차마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김정일의 능란함과 김정은의 미숙함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에 비해 가지는 강점 가운데 하나는 패기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이것저것 따지며 주저주저하지만, 젊은 사람일수록 과감하게 일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패기는 경륜에 의해 보완되지 않을 경우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벼량끝 전술’로 불리는 강경책을 자주 구사했지만, 배수진을 친 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외통수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강경책을 펼치는 듯 하다 어느 순간 적절히 타협을 모색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 전술’에 능란했던 것이다.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이 물론 김정일의 능수능란함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륜이라는 것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미숙한 리더십을 보완해 갈 수 있을 지, 김정은의 능력이 북한 정권의 향후 안정성 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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