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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앤젤스 셰어', 위스키 한 병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리뷰] '앤젤스 셰어', 위스키 한 병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여행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오직 맥아의 과정을 거친 보리 한 가지로 만들어지며, 같은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은혜로운 교조님의 신탁'과 같다고 묘사한 바 있다.

위스키라는 술에 흥미로운 시선을 투영한 사람은 하루키 뿐만이 아니다.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영국의 거장 감독 켄 로치는 신작 '앤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 술 한 병으로 네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는 마법을 부렸다.

천사와 위스키가 합쳐진 거창한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위스키'를 매개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직업도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청년 백수 로비(폴 브래니건 분)는 폭행 사건에 연루돼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여자친구의 출산으로 아빠가 된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자신과 같은 삶을 되풀이하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어느 날 로비는 사회봉사 교육관의 집에서 난생 처음 '몰트 위스키'(오직 맥아의 과정을 거친 보리 한 가지로 만들어지며, 같은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마시게 된다. 맛을 음미한 순간 그는 "젠장, 뭐 이딴 맛이 있어요? 콜라 섞어도 돼요?"라며 끔찍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타고났으며 위스키 감별에 선천적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위스키 시음 행사에 갔다가 수십억을 호가하는 위스키 경매가 열릴 예정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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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각본을 쓴 폴 래버티는 위스키가 모든 계급과 사상을 초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시적인, 신비적인, 마케팅적인, 전문가적인, 거짓된, 속물적인 이 모든 것이 위스키에서 만난다"면서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특산물 중 하나가 스카치 위스키임에도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청년들은 위스키를 맛본 적 없다는 사실에서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켄 로치 감독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생에서 한 차례 넘어진 바 있는 청춘들의 삶을 보듬는다. 영화 속 4명의 주인공들은 루저 혹은 문제아로 사회에 낙인 찍혔지만, 이들에게서 악의를 발견할 수는 없다. 다행히도 이들에게는 좋은 멘토가 나타났고, 그로 인해 희망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게 됐다.

이들에게 '위스키'는 희망의 매개다. 인생의 나락에 떨어졌을 때 누구나 기다리는 단 한번의 기회 같은 것이다. 감독은 쓰러진 청춘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라고 조언한다.   

어떤 이는 이 영화를 보고 "말도 안돼~"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삶의 기회를 얻기 위해 누군가를 속이고, 무언가를 훔치는 과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사기극을 만든 노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켄 로치는 "이 영화는 직업도 미래도 없이 혹독한 미래를 직면하고 있는 전 세계 수많은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범죄자, 돈만 축내는 자 등 한심한 존재로 비쳐지는 이 사회의 젊은 청년들이 고민과 유머, 책임감과 선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동화 같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거장의 따스한 시선이 돋보인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앤젤스 셰어'(Angel's share)는 '천사의 몫'이란 뜻으로 위스키 와인을 오크통에 보관해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해마다 그 분량이 2~3%씩 자연증발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15세 관람가, 101분, 오는 16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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