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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 기자실 풍경들…불통으로 복귀인가?

[취재파일] 청와대 기자실 풍경들…불통으로 복귀인가?
출근길 아침부터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면서 꽤나 양이 많아졌습니다. 내일(28일)까지 많은 비가 내리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제 경우 3년 전부터 지하철을 전용차 삼아 타고 다니며 뚜벅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서 청와대까지 15분 가까이 걸어가는데, 이게 날씨가 더워지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걷는게 힘든게 아니라, 걸어서 청와대 기자실에 도착하고 나면 온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몸의 열기를 식히려면 10여분 가까이 아무 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를 내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어디일까요?
어디 도서관이나 독서실 같은 풍경이기도 한데, 한번 맞혀 보시죠.
     
청와대 기자실

네, 그동안 제 취재파일을 가끔 읽으셨던 분이나 눈치 빠른 분은 금방 알아챌 수 있으셨을 겁니다.
어디냐구요? 청와대 기자실 내부 모습입니다. 어떤가요? 연한 갈색 나무 칸막이 책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독서실 같지 않습니까! 바로 이 곳이 제가 아침 7시쯤 출근해서 하루 13-14시간을 보내는 청와대 기자실의 풍경입니다. 상당히 인구밀도가 높아 보이지 않습니까?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가운데 청와대 기자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이게 뭐야" 혹은 "에계, 이것 밖에 안돼!"라는 반응을 보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급스러운 책상과 소파, 여유있는 공간..아마도 이런 환상들이 아니셨나요?^^

청와대 기자실이 옛날부터 이렇게 인구밀도가 높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만 해도 출입기자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공간이 좀 여유로웠다고 합니다만, 노무현 정부 당시 어느 정도 자격기준을 갖춘 매체들에게 모두 기자실을 개방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합니다.

위에서 아침 출근길에 기자실에 도착하면 온 몸의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10여분동안 꼼짝을 못한다고 했습니다만,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는데다 에어컨 가동도 잘 안되다보니 청와대 기자실도 많이 덥습니다. 청와대 기자실 최고의 냉방장치는 뭘까요? 바로 이것입니다.

         
청와대 기자실3

각 책상 가로 열마다 한대씩 있는 공용 선풍기들이 바로 청와대 기자실 최고의 냉방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것도 역시 실망스럽지 않으신가요? 의자에 걸려있는 두툼한 겨울 옷들은 뭐냐구요? 겨울철에 기자들이 기자실안에서 입고 있으려고 개인적으로 가져온 옷들인데, 아직까지 가져가지 않아 그대로 걸려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가장 왼쪽에 걸려있는 파란색 패딩 잠바는 저와 함께 일하는 회사 후배, 이 모 기자의 옷입니다. 아, 게으른 기자들이여!

원래는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조용한 청와대 분위기에 대해서 취재파일을 쓸까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영 다른 길로 새버린 느낌입니다. 다시 원래 길을 찾아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이 잠잠해지면서 청와대 기자실도 마치 태풍이 한바탕 지나간 뒤처럼 조용하기만 합니다. 조용하다는 말은 별다르게 바쁜 일이 없다는 말인데 벌써 일주일 정도 조용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이후부터 석달 가까이 워낙 바쁘게 일해와서 그런지 "이래도 되나?"하는 기분이 들 정돕니다. 청와대 출입기자 경력이 오래된 한 동료 기자는 "이렇다가도 갑자기 뭔가 뻥 터지는게 청와대요, 한번 터지면 다른 출입처들과 그 강도가 다른 곳이니 여유를 갖고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청와대가 점점 더 철통이 되간다는 겁니다. 철통보안의 그 철통 말입니다. 박 대통령이 유난히 보안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에 비해 훨씬 더 소통이 안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청와대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후 더 불통이 되간다는 느낌이랄까요.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새 정부 출범 초기 2-3달 정도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보안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다가도,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이후 어느 정도 딱딱했던 긴장관계가 풀리면서 소통이 잘 됐고, 취재도 그만큼 잘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의 여파로,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잔뜩 위축되면서, 오히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후 기자들과 청와대와의 소통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막혀버린 듯한 분위기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알리기위해 기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이 넓어졌을텐데,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사건 때문에 그런 기회들이 사라져버리고, 오히려 소통의 문이 좁아져버렸다고 할까요. 특히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표가 수리돼 홍보수석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참모진들과 소통은 더욱 멀어져버린듯한 느낌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야 기사를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고, 청와대 참모들도 기사가 나가도 그만, 안나가도 그만일지 모릅니다. 기사가 안나갈수록 조용해져서 좋다고 생각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단히 어리석게 말입니다. 청와대 기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디로 갈까요? 바로 국민입니다. 국정의 최고 사령탑인 청와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국정 현안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하게 알아야할 국민들이 결국엔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통의 피해는 또 어디로 돌아갈까요? 그렇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의 악몽을 빨리 털어버리고 소통에 적극 나서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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