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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승 갈증 푼 장하나의 눈물

여자골프도 '장타'가 대세

[취재파일] 우승 갈증 푼 장하나의 눈물
어제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끝난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은 드라마 같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21살의 '장타 레이디' 장하나의 역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나흘 동안 6라운드의 강행군을 치러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한 장하나는 우승이 결정된 순간 캐디와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동료들의 맥주, 샴페인 세례를 받을 때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계 카메라를 의식하고 미리 준비한 싸이의 말춤과 '젠틀맨' 시건방 춤 세리머니를 잠깐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때도 얼굴은 웃고 있으면서 눈에서는 계속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의 품에 안기자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올 시즌 출전하는 대회마다 늘 상위권에 오르면서도 준우승만 세 차례를 하고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아버지의 고향 춘천에서 시즌 첫 우승(통산 2승)을 달성했으니 감격이 더 컸습니다.

우승컵을 들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8강전에서 현대 차이나대회 우승자인 최강 신인 김효주을 접전 끝에 눌렀고, 4강전에서는 동갑내기 이정민을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올해 프로 무대에 갓 데뷔한 19살의 전인지였습니다.

장하나가 연세대, 전인지가 고려대생이어서 '연-고전'이라는 또 다른 매치 포인트를 제공해주었지요.

전인지는 올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이었고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 장하나의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전인지가 11번 홀까지 장하나에 두 홀을 앞서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습니다.

전인지는 곱상한 외모에다 19살의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를 해 나갔고 장하나는 먼저 홀 아웃을 하고 전인지가 마무리 퍼팅을 하기도 전에 다른 홀로 이동하며 초조한 표정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분위기가 반전 된 것은 파 5, 12번 홀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 279.19야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장하나는 티 샷을 전인지보다 40야드나 멀리 날렸고 핀까지 185야드 거리에서 두 번째 샷을 24.5도 유틸리티 클럽으로 사뿐히 그린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12미터 남짓한 내리막 이글 퍼팅이 활처럼 오른쪽으로 휘어 들어가자 두 손을 번쩍 들고 갤러리들과 함께 환호했습니다.

여기서 전인지에 1홀 차로 따라붙은 장하나는 상승세를 이어 13번과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한 홀 차로 앞서며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장하나는 버디를 추가할 때마다 주먹을 움켜쥐고 흔들며 '요란 뻑쩍지근한'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압도했습니다.

그 전까지 포커페이스로 침착하게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던 전인지도 장하나의 기세에 눌려 그 잘 하던 2미터 이내의 퍼팅을 2개나 놓치며 바로 무너지더군요.

장하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우승 상금 1억 2천만 원을 추가해 시즌 총상금 2억 9천만 원으로 멀찌감치 선두를 독주했습니다.

상금 뿐 아니라 대상포인트(149점)와 평균 타수(71.05),톱텐 피니시율에서도 모두 선두를 달리며 국내 여자골프의 최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장하나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효주, 전인지 같은 슈퍼루키들과 대결하면서 많이 배웠다. 어린 선수들의 실력을 보니 한국 여자골프의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힘든 시기를 거쳐 특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둔만큼 올 시즌 3승을 거둔다면 다승왕과 상금왕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250야드의 장타를 쳐 '장타 소녀'로 주목받은 장하나는 2011년 프로에 입문한 뒤 지난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습니다.

장하나는 올 시즌 나서는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번번이 역전을 당했는데 이번 대회 역전 우승으로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모두 털어버렸습니다.

장하나는 "이렇게 멋지게 역전 우승을 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역전패를 당했던 것 같다"며 "그 때 실수하면서 배웠던 것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장하나는 요즘 대학생활의 재미에도 흠뻑 빠져있습니다.

오전에는 태광CC에서 탤런트 이경심 씨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창민 프로에게 숏게임 레슨을 받고, 오후에 등교해서 수업도 듣고 친구들과 차도 마시도 밥도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린답니다.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멘탈 클리닉을 담당하는 김병현 박사로부터 2년째 꾸준히 멘탈 상담도 받으면서 단단한 프로골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장하나는 오는 금요일(31일) 경기도 이천의 휘닉스스프링스골프장에서 개막하는 E1 채리티 챔피언십에 출전하는데요, 몸은 피곤해도 감이 좋다며 2주 연속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더군요.. 시즌 첫 우승의 물꼬를 튼 장하나의 '280야드 장타쇼'를 지켜보는 일이 설레고 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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