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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살인(?) 진드기를 직접 잡아보니…

[취재파일] 살인(?) 진드기를 직접 잡아보니…
 야생 진드기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전국에서 의심환자 신고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기 용인시 광교산 일대에 살기 때문에 집 주변에 벌레가 엄청 납니다. 아기도 있는데... 이 야생 진드기가 정말 어떤 것인지 직접 채집에 나서봤습니다. 5/26 리포트 참고.

 문제의 야생진드기는 '작은소참진드기'입니다. 국내 참진드기 33종 가운데 가장 많고, 다른 진드기까지 모두 합쳐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진드기 종류라고 합니다. 다른 종류인 '소참진드기'보다 좀 작다고 해서 '작은'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었기 때문에 시골 어르신들은 다 아는 진드기입니다. 물린 적도 많은 진드기죠.
작은소참진드기 분포
  보통 5월부터 9월까지가 성충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시기입니다. 수명은 1년에서 2년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동물에 붙을 때까지 계속 생명을 유지하다가 동물에 붙어 흡혈을 충분히 하면 땅에 떨어져 한 달 정도 살다가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으면 3-4일만에 죽습니다. 한번 붙었을 때 충분히 흡혈을 못하면 두세 번까지 동물을 옮겨가며 기생을 합니다.

  진드기는 오직 피를 빨아서 삽니다. 날지 못 합니다. 땅에 있다가 풀잎 쪽으로 기어오른 뒤, 사람이나 동물(고라니, 멧돼지, 개, 소, 고양이, 쥐 등등)이 지나갈 때 몸에 붙습니다. 한번 붙은 동물에 잘만 붙어 있으면 4일에서 최대 7일까지 붙어 계속 피를 빱니다. 그럼, 몸은 최대 10mm까지 늘어나죠. 이후 땅에 떨어집니다. 죽기 전까지 흡혈하는 양이 모기보다 훨씬 많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피를 빨지 않아도 최대 10개월까지 몸을 웅크린 채 생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 유전학자들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작은소참진드기의 DNA를 연구 중입니다.

  오랫동안 붙어 있으려면 숙주 동물이 눈치를 채지 않아야겠죠. 그래서, 작은소참진드기는 동물 피부에 촉수를 '바늘처럼' 꽂지 않습니다. 숙주 동물이 아픔을 느끼면 안 되니까요. 미세하게 가로로 째는 방식으로 상처를 냅니다. 그리고, 촉수를 피부 깊숙이 박습니다. 이후 촉수는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진드기같이 붙어 있다"는 표현이 있죠? 그냥 잡아 빼면 촉수만 남아 피부 속에서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드기에 물리면 병원에서 핀셋으로 제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진드기에 물리면 보통 가렵고, 피부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납니다. 진드기가 피를 빨면서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액을 계속 숙주 동물에 넣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나온 중증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 바이러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들어갑니다.

진드기 캡쳐_500
  이 바이러스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작은소참진드기 안에 들어갔는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언제부터 국내에 있었는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작은소참진드기'를 모두 죽일 수도 없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방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답이 아닙니다. 개체수도 너무 많고, 다 죽이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작은소참진드기 전체 가운데 단 0.5%만이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파악된 치사율도 6% 내외라고 합니다. 또, 방역이 수시로 이뤄지는 도심 풀숲에선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도심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감염 사망자가 나온 일본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주의점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1) 진드기에 물린 뒤 빨리 병원에 가야. 빨리 제거해야 바이러스 감염기간을 줄일 수 있다.
 2) 고열, 구토, 근육통 등 감염 증상이 있을 때도 빨리 병원에 와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풀숲 깊숙이까지 들어가는 일을 삼가야 한다.
 4) 풀숲에 가까이 갈 때는 피부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5) 개 등 애완동물을 산책시킬 때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
 6) 귀가 이후에는 꼭 몸을 털어 진드기를 떼어내야 한다.

 특히 일본 자료엔 애완동물에 대한 주의점이 많더군요. 국내 한 전문가에 따르면 시골 야외에서 기르는 개에선 수십 마리의 진드기가 발견되기도 한답니다. 진드기들이 많이 있는 곳은 보통 동물의 귀 속, 겨드랑이와 젓꼭지 부분입니다. 동물 스스로 털어내기 어려운 곳으로 피부가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죠.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 주의를 기울어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진드기 주의자료 링크를 겁니다.

☞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작은소참진드기)에 대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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