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장이 의뢰인과 상의 없이 소송 상대방과 합의하고, 합의금까지 빼돌렸다면 해당 로펌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9년 5월 이 모(83)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중형 로펌에 소송을 맡겼다. 건설사에 땅을 판 돈을 다 받지 못했으니 이를 받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12월 항소심까지 간 끝에 이 씨는 일부 승소로 판결을 받아 건설사로부터 총 12억 7천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돈을 받아내기 위해 건설사 소유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 신청도 해놓은 상황이어서 소송은 이 씨가 바라던 대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건설사 측이 소를 취하하고 합의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변호사 사무장 홍 모(70)씨가 이씨의 허락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홍 씨는 합의금 대신 받은 아파트 두 채의 소유권을 자신의 지인 명의로 빼돌리고 현금 5천만 원도 자기 계좌에 넣었다.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0년 8월 이 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의사표현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사무장 홍 씨는 담당 변호사에게는 이 씨도 합의에 동의했지만 관련된 위임장을 써주기를 귀찮아해 대신 녹취록을 받아왔다고 속였다.
결국 이 씨도 모르는 사이에 소송은 모두 취하됐고 합의금은 변호사 사무장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사무장 홍 씨는 물론 담당 변호사와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6부(정효채 부장판사)는 홍 씨와 담당변호사, 로펌에까지 공동 책임을 물리는 판결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직원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로펌 측도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고, 담당 변호사도 이 씨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씨의 피해액 가운데 홍 씨가 배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공탁한 4억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9억 5천만원을 로펌과 담당변호사, 홍 씨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의뢰인 속여 합의금 빼돌린 사무장…로펌도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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