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확진환자 지난해 8월 사망...왜 검사 미뤄졌나
정부는 살인진드기 국내 첫 확진 환자가 9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친구네 텃밭을 방문했던 60대 여성이 벌레에 물린 뒤 임파선이 붓고 고열에 시달리다 혈소판 감소 증세를 보인 뒤 숨졌습니다. 이 확진 환자의 남편과 직접 통화를 해봤습니다. 건강하던 부인이 어느날 갑자기 벌레에 물린 뒤 허망하게 떠났다는 겁니다. 남편 분은 화학을 전공했고, 쯔쯔가무시병이나 유행성출혈열의 위험성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증세가 시작된 뒤 아내의 벌레 물린 자국을 확인하고 곧바로 병원에 갔지만, 하루 하루 증세는 악화됐고 혈소판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건강하던 아내를 잃은 충격에 빠져있던 남편은 슬픔을 추스른 뒤 ‘살인진드기’를 의심했습니다. 집 주변에서, 근처에서 뉴스에 나오는 작은소 참진드기를 목격한 경험이 적지 않았고, 2009년부터 중국에서 감염자가 속출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증상도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살인진드기’ 증상과 똑같다고, 사인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의 요구는 묵살됐습니다. 이 환자가 거주했던 강원도에서 종종 발생하는, 증상도 유사한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유행성출혈열 등 관련 검사를 했으나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이유로 원인 미상의 열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살인진드기 바이러스 검사는 왜 할 수 없었을까요? 환자는 이미 숨졌는데 검사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이유였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연구할 만한 심각한 상태도 아니라는 거죠. 의료계 일각에서도 중국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살인진드기에 대해 하루 빨리 연구팀을 꾸려 대비해야 한다는 건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보건당국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국내에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질병에 대해, 아직 심각한 상태도 아닌데 바쁜 공무원들이 미리 나설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게 보건당국 관계자의 변명입니다. 바이러스 분리해서 검사하기 위한 세포 배양하고 준비하는 데 한달 반 이상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많이 드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지만 확진환자 숨진 게 9월이니, 아무리 두달 세달 걸린다 하더라도.. 조금만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병원 측에서도 연구팀 출범은 어림없어 보이고, 어차피 환자는 목숨을 잃었고 다음 유행철이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환자의 검체를 그냥 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보관하면서 잠시 잊고 있다가, 일본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오고 떠들썩해진 뒤 올 1월 연구팀을 꾸리고 천천히 준비해서 3월에 이 의심환자의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검사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이달 초에 제주에서 70대 할아버지가 비슷한 증세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 확진 판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살인진드기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첫 의심환자라고 발표했습니다. ‘첫 확진환자’는 연구를 시작하기 이전에 숨졌으니 역추적 환자가 되는 셈이지요. 살인진드기인지 검사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던 확진 환자의 남편은 ‘이런 식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검사가 9개월이나 걸린다는 건 보건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9개월 뒤 방역하면 무슨 소용?.. 뒷북 ‘방역 대소동’
정부의 확진 발표가 나온 뒤, 첫 확진 환자가 숨졌다는 강원도 화천 일대에 방역 대작전이 펼쳐졌습니다. 화천 뿐 만이 아닙니다. 강원도 일대를 비롯해서 전국에 대대적인 방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조심하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화천에서 환자가 진드기에 물린 건 이미 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9개월이나 지난 일이지요.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감염 진드기는 또 다른 사람을 물고 바이러스를 확산시켰을 수 있지요. 문제의 진드기는 동물의 털에 옮겨붙어 100킬로미터 이상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확진 검사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벌레에 물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 이상 사인이 쯔쯔가무시든 유행성출혈열이든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방역 정도는 실시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환자의 가족은 사망 당시 환자의 혈액을 연구를 위해 기증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합니다.
‘살인진드기’ 의심신고 속출.. 뒤늦게 전담상담센터 설치
‘살인진드기’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보건당국은 뒤늦게 나마 어제(22일)부터 전용 상담 신고센터를 설치했습니다.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전국에서 의심신고가 쏟아진다는 군요. 벌레에 물렸다는 걱정에 상담을 하는 전화들을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합니다. 감염 유사증상을 기준으로 당국이 분류한 결과, 어제까지 전국에서 이틀새 7건의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 신고가 추가로 접수됐습니다. 기존 의심환자 5명에 확진환자 1명까지 더하면 어제까지 13명의 환자가 접수된 셈입니다. 신고가 빗발쳐서 매일 따로 집계를 하지 않고 주 1회 정도 상황을 집계하겠다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대응이 아쉽지만, 나도 모르는 새 진드기에 물리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살인진드기’는 크기가 0.2-0.3밀리미터에 불과합니다. 일반인이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작은 점 크기인데다 물렸더라도 통증이 없어 알아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진드기가 한번 몸에 흡착하면 충분히 피를 빨아야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는 떼기 힘들다고 합니다. 문제의 진드기는 들풀이나 텃밭 뿐 아니라 나들이 지역인 유원지나 동네 공원에도 서식합니다. 과도한 공포는 지양해야 겠지만, 조심하는 건 지나치지 않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지 9개월이나 지났지만,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야외활동 할 때는 피부노출을 최소화하고 긴팔, 긴바지, 미끄러운 재질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외출 뒤에는 반드시 몸을 깨끗이 씻고 입었던 옷을 세탁해야 진드기가 집안까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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