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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두가 알면서도 놀란 뉴욕증시의 '널뛰기'

갈수록 부담스러운 미국의 양적완화 변수

[취재파일] 모두가 알면서도 놀란 뉴욕증시의 '널뛰기'
올해 뉴욕 월가에선 저녁마다 거대 빌딩 뒤편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는 금융사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5년 전 금융위기 이후 한산했던 거리에는 길쪽으로 테이블을 내놓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다시 활황이다. 여전한 불황 속에도 유독 빠르게 회복된 금융시장의 단면이다.

5월22일(미국시간) 뉴욕증시의 장세는 이런 평화(?)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 장 초반에는 100 포인트가 넘는 큰폭의 상승세, 연초부터 15% 가까이 상승한 다우존스 지수는 이미 사상 첫 1만5천선을 넘어 1만5천3백선까지 돌파한 상태였다. 경제지표도 호조였다. 미국의 4월 주택거래실적이 3년 5개월 만의 최고로 부동간 경기 회복세를 다시 증명해줬다. 하지만 이날 초반 상승의 요인은 사실 다른 곳에 있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에 모든 증시 브로커들의 귀가 집중돼있었다. 월가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다는 인물의 언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답변을 살펴보자

"현행 통화정책은 (미국)경제에 상당한 이익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저금리는 미국인들의 자동차 구입같은 내구재 소비를 활성화하고 무엇보다 주택거래와 건설경기 회복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선 "지난 3월까지 12개월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물가 목표치의 절반인 1%에 불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장은 정책 재검토가 불필요하다고 말한 셈이다. 버냉키는 이어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조기에 긴축 통화정책을 구사한다면 일시적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겠지만 이는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추거나 회복세를 중단시키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월가 주식시장은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다우지수는 100포인트 넘는 상승세,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날 오후에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은 버냉키의 인자한(?)표정과는 전혀 다른 찬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지난 달 30일, 이틀 동안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상당수 참석자들이 매달 850억 달러의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상당수 참석자.. 'A number..'라는  한 단어의 위력은 이렇게 막강했다.

뉴욕증시_500
시장은 일순 조용하다가 갑자기 '팔자'주문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오전과 오후의 전혀 다른 모습에 실시간 경제채널 진행자들의 표정도 긴박해졌다. 다우지수는 곧바로 급락하면서 180 포인트가 금새 떨어졌고 80 포인트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한 것은 물론이다. 시차 때문에 이 회의록 공개 전에 버냉키 발언만 듣고 끝난 유럽증시가 상승으로 마감된 것은 행운이라고 보기엔 애처롭기까지하다.

미국 통화당국인 연준이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 채권 등을 매달 850억달러, 우리 돈 95조원을 퍼부어가며 사들인 것은 지난 해 10월부터, 미국 경기의 회복조짐이 각종 경제지표 발표 때마다 부각되고 있지만 올해의 무서운 증시랠리는 단연 중앙은행의 돈 퍼붓기 덕분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5월22일은 이 점을 잊고 살아가던 많은 분들에게 분명하게 상황을 알려주는 날이었다.  '모두 알고들 있으시면서 왜 모른 척 살아가시느냐?'는 것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양적완화의 축소 시점은 당초 올해 연말에서 이제는 올 가을, 혹은 여름으로까지 앞당겨진 상황이다. '잔치가 끝나간다'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새로 차릴 밥상이었어'라고 덤덤한 이들도 있다. 증권계 인사들은 언제나 참 낙관적이다. 월가 저녁시간의 맥주 타임은 그래서 바로 이날도 흥겨운 분위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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