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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대車, "현대캐피탈만 이용해라" 속셈은?

[취재파일] 현대車, "현대캐피탈만 이용해라" 속셈은?
자동차 대리점에선 차를 많이 파는 게 목적이죠. 그런데 고객이 특정 금융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차를 안 파는 대리점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싶으실 텐데, 국내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 특정 금융사는 현대캐피탈입니다. 그러니까 "현대차를 사려면 현대캐피탈로 결재해라. 안 그러면 차를 못 판다"는 얘기이죠.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취재를 하려고 방문했던 어느 현대차 대리점의 상황을 재연해보겠습니다.

기자: 그랜저를 3년 동안 렌트하고 싶습니다. 렌트료는 다달이 할부로 낼게요.
직원: 그러세요? 여기 견적서를 보세요.
기자: 현대캐피탈 견적서를 주셨네요. 다른 캐피탈을 통해 할부금을 낼 수 없나요?
직원: 안 됩니다. 현대캐피탈로 하지 않으면 차를 팔 수 없습니다.
직원: 아니, 왜요?
기자: 본사 방침이 그렇습니다. 본사에서 하도 그러니까.


무작위로 들어갔던 경기도와 서울의 현대차 대리점에서 수위만 조금씩 다를 뿐 모두 현대캐피탈을 강요했습니다. 설마 하고 전국에 있는 3백여 개 대리점 가운데 30곳을 다시 무작위 선택했습니다. 그러곤 고객인 것처럼 전화를 돌렸습니다. 무려 10곳이 렌트료 납부 수단으로 현대캐피탈'만' 강요했습니다. 

처음 드는 생각은 '현대캐피탈은 형 덕분에 참 쉽게 돈 버는구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계열사이자 현대차가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는 동생급에 해당하는 여신 업체입니다. 형이 잘 살면 동생도 잘 사는 필연적인 구조이죠. '그래도 설마 이렇게 티나게 동생에게 일감을 몰아줄까, 현 정권이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시키겠다고 서슬이 퍼런데...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차와 현대캐피탈 관계자를 한 자리에 만나서 물어봤습니다. 현대차 렌트나 리스 고객이 현대캐피탈을 통해 계약한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말이죠. 80% 초반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귀를 의심했습니다. 현대차 렌트나 리스 고객 10명 중 8명이 동생네 캐피탈을 이용한다는 얘기잖아요. '고객이 바보도 아니고 다른 캐피탈보다 싸니까 이렇게 몰리겠지, 강요한다고 이렇게 되겠어' 역시 생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현대캐피탈_500

하지만! 동종 업계 중에서 현대캐피탈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택권도 안 주면서 비싸기까지 한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상황인 거죠. 현대차 내부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견적을 비교해봤습니다. 그랜저 HG 2.4, 3년 렌트, 10% 보증금 등 조건을 똑같이 맞췄습니다. 중소 캐피탈인 JB우리캐피탈보다 7백만 원, 삼성카드나 하나캐피탈보다도 4백만 원이나 더 비쌌습니다. 

현대차는 이런데도 대리점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지, 본사 차원에서 일선 대리점에 "고객에게 현대캐피탈만 이용하도록 해라"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차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이익이 남는 대리점이
차를 안 팔면서까지 현대캐피탈만 고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하나는 차 팔아서 남는 마진보다 현대캐피탈에서 지원 받는 게 더 클 수 있기 때문이죠. 현대캐피탈도 판촉 행사의 일환으로 대리점을 어느 정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고요.

다른 하나는 대리점들의 주장대로 실제 '강요'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리점 소장과 영업사원은 현대차 소속 직원이 아닙니다. 2년마다 현대차와 재계약을 맺어야 하고 눈밖에 나면 재계약이 안 되는 갑과 을의 관계죠. 이런 대리점들이, 차 팔아야 돈 버는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들이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현대캐피탈을 무조건 추천하고 현대캐피탈을 안 통하면 차를 안 팔겠다는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요?

대리점 영업사원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달 본사에서 현대캐피탈로 얼마나 거래했는지 데이터를 대리점에 내려보내서 실적을 강요한다"고 합니다. 다른 캐피탈로 고객과 거래하면 출고를 미루거나 정지시키고 대리점 소장을 압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차측은 말도 안 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차를 팔아야 기업이 돈을 버는데 암만 형제 지간이라도 현대캐피탈을 이용해야 차를 내주겠다, 이건 아니라는 입장인 거죠.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는 상황입니다. 공정위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불공정 행위인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니까 결과를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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