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심이 많던 A(26)씨는 지난 3월께 갖고 싶은 기타와 얇은 지갑 사이에서 고민하며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뒤지다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A씨가 원하던 '바로 그 기타'를 싼값에 내놓는다는 판매 제안이었다.
글을 올린 이모(28)씨에게 당장 전화를 건 A씨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구매를 결심하고 이씨가 일러준 계좌로 수십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그러나 끝내 기타를 손에 쥐지 못했다. 사기였다.
"음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좋은 기타 고르는 법까지 조언한 이씨에게 믿음이 생겨 선뜻 돈을 보냈다"고 A씨는 경찰에서 털어놨다.
A씨는 연락이 되지 않고 종적을 감춘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최근 4개월 동안 이씨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간 사기 피해자가 130여명에 달한다고 22일 밝혔다. 피해금액은 5천여만원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허위 판매 리스트는 기타, 앰프 등 음악과 관련한 물품으로 채워졌다.
사건을 맡아 수사한 세종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이정철 수사관은 "이씨가 한동안 기타를 연주한 적이 있어 악기나 스피커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저곳에서 가끔 연주 실력을 뽐냈다는 그는 "몇 년 전 손목 인대를 다친 뒤 (기타를) 접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2011년에도 중고물품 판매 사기 행각을 벌인 적이 있다고 했다. 이때는 100여명으로부터 4천여만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기소 후 법원에서 징역을 선고받은 이씨가 17개월 넘는 수형생활을 마친 날은 지난 1월 17일이다. 이번 범죄행각이 시작된 바로 그날이다.
그는 출소한 당일 오후 서울 PC방을 찾아 다시 허위 판매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데자뷔 같은 이씨 범행에는 2년의 시간차가 있으나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며 꼬리를 감추는 수법은 같았다. 담당 수사관도 같았다.
두 차례 모두 짧지 않은 탐문과 잠복 수사 끝에 이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는 이정철 수사관은 "짧지 않은 수형생활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길 바랐으나 또 범죄를 저질러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다시 구속했다.
(세종=연합뉴스)
음악적 조예 뽐내며 사기행각 벌인 '기타 전문가'
사기죄로 복역 후 출소 당일부터 같은 '범죄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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