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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 원작의 깊이 못 살린 공허한 파티쇼(리뷰)

영화 '위대한 개츠비', 원작의 깊이 못 살린 공허한 파티쇼(리뷰)
F.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최고의 영미 문학 중 한편으로 꼽힌다. 신비로운 백만장자 개츠비의 꿈, 사랑, 욕망을 그린 이 소설은 1920년대 미국 사회를 지배했던 '잃어버린 세대'(제1차 세계대전 후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허무적ㆍ쾌락적 경향에 빠졌던 미국의 지식인들과 계급 청년들을 일컫던 명칭)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까지 보여주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 됐다.

이 작품은 영화 소재로도 각광 받아 왔다. 1949년을 시작으로 1974년, 2000년까지 3차례 영화화됐다. 그리고 2013년, 호주 출신의 감독 바즈 루어만에 의해 다시 한번 리메이크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등을 통해 비주얼 무비의 새 장을 연 바 있는 루어만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타이틀 롤을 맡겼다. 여기에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 캐리 멀리건, 토비 맥과이어, 조엘 에저튼이 가세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의 현대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모양새다. 우선 그 시작점으로 3D를 선택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뉴욕 근교의 롱아일랜드를 배경으로 강 건너로 마주하고 있는 전통 부촌 이스트 에그와 신흥 부촌 웨스트 에그를 교차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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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피츠제럴드가 '멋진 신기루'라고 표현했던 1920년대의 뉴욕을 총천연색 색감을 사용해 화려하게 재현해냈다. 맨하탄 미드타운의 에이스 호텔의 방, 캐널과 브로드웨이의 골목길, 401번지 빌딩의 24층과 26층의 복도 등에 세트를 만들어 '밤이 되면 짜릿함과 호기심이 충만하고, 남자와 여자, 기계들이 빠른 속도로 스치는 뉴욕'을 만들어냈다.

특히 개츠비의 막대한 부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부각하기 위해 원작보다 길게 또 반복적으로 파티 장면을 배치했다.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물랑루즈'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자랑했던 시각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으로 하여금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 '재즈의 시대'라 불렀던 당시 분위기를 힙합 뮤지션 제이지의 '노 처치 인 더 와일드'(No church in the wild)와 '100$ 빌', 윌 아이 엠의 '뱅뱅'(Bang Bang) 등의 곡을 통해 현대적으로 청각화했다. 
 
이처럼 영화는 시·청각적 요소를 120% 활용한 덕분해 마치 명품관 쇼윈도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눈과 귀의 호사에 비해 가슴의 울림이 크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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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의도한 '고전의 현대화'라는 것이 단순히 3D영상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힙합 음악으로 채웠다고 해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네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와 세밀한 묘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했다.

신비로운 백만장자와 바보같은 순정남 사이를 오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 또 21세기 데이지 캐리 멀리건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원작의 캐릭터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2시간 22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또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역동적인 전반부에 비해 인물간 갈등이 충돌하는 후반부는 임팩트 없이 늘어지는 감이 있다. 또 소설에서 개츠비의 비밀, 톰의 위선을 드러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두 여성 캐릭터 '조던'와 '머틀'은 장식적인 존재에 그친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시대상의 예리한 풍자, 인물에 대한 서늘하고 아련한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고 공허하게 맴돈다. 단순히 소설과 영화의 차이라고 하기엔 원작의 재해석에 대한 감독의 단편적인 시각이 너무나 아쉽다.

결국 개츠비가 회복하고자 했던 '잃어버린 과거와 놓친 미래'는 스크린보다는 책으로 느끼는 것이 훨씬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최신 감각으로 무장한 고전은 젊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혹평에도 개봉 첫주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 개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5세 관람가, 142분, 16일 개봉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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