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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교통사고 피해자의 생명줄' 가지급금을 아시나요?

정부 보증하는 돈인데 숨기고 안 주려는 보험사 속셈은 '조속한 합의'

[취재파일]'교통사고 피해자의 생명줄' 가지급금을 아시나요?
교통사고로 인한 심신의 고통보다 더 심하다는 고통이 있습니다. 분쟁으로 인한 고통입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과실비율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면 보험사는 일단 보험금 안 주려 하고 분쟁이 시작됩니다. 사고로 인해 병원비와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한데 변호사 선임해서 보험사와 싸우며 소송을 치르며 권리를 찾기까지는 너무나도 힘든 과정입니다.

이때 이런 피해자들의 엄청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생명줄 같은 제도가 있습니다.
일단 청구만 하면 손해액의 50%를 보험사가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가지급금 제도입니다.
(법적 용어로는 가불금이라고 하고, 약관상 용어가 가지급금인데 여기서는 가지급금으로 칭하겠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가지급금을 청구하면 열흘 내로 보험사는 무조건 책임보험이 보장하는 치료비의 100%와 후유장해비 등 손해액 50%를 반드시 지급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또 보험사는 가지급금 청구 방법을 반드시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보험사는 100% 면책(해당 보험사 가입자 잘못이 전혀 없을 때)될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지급해야 합니다. 손해액의 절반을 일단 지급하고 추후 과실여부가 명확해지면 더 지급한 만큼은 보험사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못 돌려받으면 정부가 대신 물어줍니다. 보험사가 가지급금 지급을 꺼릴까봐 정부가 전액 보증하는 겁니다.

2003년부터 시행돼 운영된 지 10년이 다 됐는데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보험사는 이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9월 인천의 한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던 트럭에 받혀 식물인간이 된 6살 조예준 군.
예준 군과 트럭기사 중 누가 신호를 위반했는지를 두고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준군 부모는 당시 함께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트럭의 신호위반을 주장하고 있고, 트럭기사와 트럭기사가 가입한 보험사인 현대해상은 예준이가 빨간 불인데 건너다 부딪쳐 자사에 가입한 트럭 운전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쟁이 2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예준이 가족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밤낮 없이 예준이를 돌보면서 일용직 일도 합니다. 아버지는 예전에 지방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을 위해 인천의 집에 돌아와 식당일, 기타 일용직 등 밤낮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가지급금 제도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고 뒤 1년이 지난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예준이 아버지는 가지급금 제도에 대해 듣고 나서 현대해상의 보상직원에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보상 직원은 일단 3백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가지급금에 대해 잘 모르는 예준이 아버지는 생활비가 없어 힘드니 더 줄 수 없느냐고 애원했고 그러자 보상 직원은 "원래 안 주는 건데 특별히 주는 거다"라고 생색을 내면서 500만원을 더 지급했습니다. 예준이 아버지는 "당시 보상직원의 태도는 마치 대단한 선심을 쓰는 듯 했으며 생활고에 찌든 나를 경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보험료 640

그런데 가지급금은 보험사 마음대로 액수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식물인간이 된 예준이는 후유장해 1등급이 명백하고, 법에 따라 책임보험에서 정한 손해액 1억원의 50%인 5천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추후 예준이 아버지는 보험사에 또 한번 당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번엔 제대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변호사 자문을 얻어 가지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자체에 고발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제서야 보험사는 올해 초 나머지 4200만 원을 지급합니다.

현대해상의 잘못은 또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 8조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제8조 (보험금등의 청구에 대한 안내 등) ① 보험회사 등은 피해자에게 법 제10조에 따른 보험금등의 청구와 법 제11조에 따른 가불금(가지급금)의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여야 한다.

피해자에게 가지급금에 대해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의무가 보험사에게 있는데 이 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입니다.

심지어 현대해상측은 이 조항에 대해 "고객이 가지급금을 달라고 하면 그때 '청구에 필요한 사항은 안내하여야 한다'는 뜻이지 보험사가 먼저 알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석하며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시행령은 명백히 보험사가 먼저 가지급금에 대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정한 것입니다. 이런 추가취재를 바탕으로 다시 해명을 요구하자 현대해상측은 "가지급금에 대해 피해자에게 알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가지급금은 설혹 과다하게 지급했더라도 나중에 과실비율이 드러나면 보험사가 되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 혹시라도 피해자가 너무 가난해 과다하게 받은 가지급금을 보험사에 되돌려주지 못할 경우엔 정부가 그 돈을 대신 물어줍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전혀 손해볼 일이 없는 이 가지급금을 왜 안 주려는 것일까.

이는 보험사 보상직원들 업무평가 방식 때문입니다. 보상직원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피해자와 합의할수록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전직 보험사 직원은 "가지급금을 안 주면 피해자는 생활고에 빠지는 등 돈이 급해지고 그러면 합의하기 훨씬 좋은 조건이 되다보니 안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직 보험사 직원은 "보험금을 안 주려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한 푼도 손해볼 일이 없는 가지급금을 안 주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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