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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국물?…온도에 가려진 입맛의 비밀

<앵커>

팔팔 끓는 국물에 밥 한 숟가락. 이 뜨거운 국물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기 어려운 메뉴죠. 그런데 음식 온도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반대로 차가울 경우에는 미각이 마비돼서 더 짜고, 더 달게 먹게 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모르는 사이 건강을 해지는 겁니다.

권영인 기자가 실험해 봤습니다.



<기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입안이 헐 정도로 뜨거운데도, 사람들은 국물 맛이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노재분/서울 화곡동 : 시원해야… 뜨거운 걸 먹어도 더울 때도 시원한 게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뜨거움이 음식 맛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람들이 온도에 따라 국물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 부대찌개로 실험해 봤습니다.

팔팔팔 국물이 끓자, 밥에 비벼 먹고, 후후 불어가며 떠먹기도 합니다.

불을 끄고 국물 온도를 낮춰 봤습니다.

10분이 지나자 국물 온도가 20도쯤 내려갔지만 아직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15분이 지나자 표정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30분이 지나고, 국물 온도가 3~40도 정도로 내려오자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이성남/실험 참가자 : 너무 짜요. 못 먹겠어요. 이것만은 못 먹겠어요.]

끓는 국물처럼 뜨거운 음식은 맛을 느끼는 혀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홍석진/강북 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온도에 따라서 혀가 맛을 느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요, 50~60도를 넘어가면 맛을 느끼는 반응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짜고, 달고 매운 양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넣어야만 뜨거운 국물 속에서도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황교익/맛 칼럼리스트 : 197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정상적이지 못한 식습관이 한국인의 보편적인 식습관인 것처럼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됩니다.]

차가운 국물도 미각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냉면과 같은 찬 음식들도 조금만 데워지면 지나치게 짜고 달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범원/실험 참가자 : 라면 국물 식은 것 마냥…]

[김형인/실험 참가자 : 차가우면 얼얼해서 차가운 맛으로 먹는데 원래 이 맛인 줄 알면 안 먹겠죠.]

지나치게 뜨겁고 지나치게 차가운 음식들이 우리 입맛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김현상, 영상편집 : 남 일,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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