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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교통 벌점' 대신 받아드립니다

벌점도 사고 파는 세태..."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

[취재파일] 中 '교통 벌점' 대신 받아드립니다
"교통 법규 벌점 대행 처리(매매)."

아니 '벌점'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어떻게 매매가 된다는 거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벌점 매매'는 실제로 중국에서 성행하고 있고
그래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속에 신호위반, 끼어들기 등 중국의 교통 문화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참 악명 높죠.

이런 후진적인 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교통 법규 위반 벌점을 대폭 강화했더니
벌점을 사고 파는 황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중고차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나온 벌점을 모두 처리해야 매매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고차를 매매할때 주정차 위반 등으로 받은 '과태료' 처리 과정을 생각해보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차량에 부과된 과태료를 원소유주가 모두 내고 차량을 넘기든가
아니면 차값에 과태료를 포함시켜서 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이를 떠안고 사던지
어쨋든 과태료가 모두 정산돼야 명의 이전이 가능한데요.

이 과태료를 '벌점'으로 바꿔 생각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중고차 매매시 차량에 나온 교통 법규 위반 '벌점'을
누가 받을건지 즉 원소유주가 받을건지, 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받을건지
아니면 아예 다른 운전자가 받을건지 등이 정해져야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점은 실제 법규 위반자가 받는게 아니냐고요?
어떻게 벌점을 다른 사람이 대신 받을 수 있냐고요?  당연히 드는 의문인데요
중국에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신호 위반 등 교통 법규를 위반했을때 현장에서 교통경찰에 적발될 경우
바로 그 위반 운전자에게 벌금과 벌점이부과됩니다.

누가 운전했는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대신 벌점을 받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무인 단속기에 적발될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운전자가 특정되지 않고 그 차량에 일단 벌점과 벌금이 부과됩니다.

브로커들은 무인 단속의 경우 운전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해서,
위반 운전자를 바꿔치기해 당국에 신고하는 겁니다.

무인 단속 벌점의 경우 1년에 한 차례씩 누가 벌점 대상자인지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실제 위반자가 브로커를 돈을 주고 사서 당시 위반 운전자라고 속이는 겁니다.

중고차를 사고 팔때도 벌점을 누가 받을지 신고해야 하는데 이때 역시 브로커가 동원되는 겁니다.

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벌점을 넘겨줄까요?
중국에서는 운전자가 1년간 누적 벌점이 12점이 되면 면허가 정지됩니다
그런데 신호 위반 같은 경우 벌점이 3점이었다가 올해부터는 6점으로 대폭 강화됐습니다.
신호 위반 2번이면 바로 면허가 정지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벌점을 많이 받은 운전자의 경우 벌점이 무서울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브로커를 사서 대신 자신의 벌점을 받게 하는 겁니다.
돈 주고 대신 벌 받아줄 사람을 사는 것과 똑같습니다.

벌점 매매가 성행중인 베이징 최대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니
중고차 매매 대행뿐 아니라 벌점을 대행 처리해주는 브로커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브로커마다 부르는 가격이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개 벌점 1점당 3백위안에서 4백위안 우리돈으로 치면 6만원에서 7만원 정도를
처리 비용으로 받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12점도 처리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12점 처리값으로 1만위안 우리돈 180만원 가량을 불렀습니다.

면허가 정지되면 면허 시험 등록하고 필기 시험부터 다시 봐야 하는데,
그런 수고와 등록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싼게 아니라고 브로커들은 말했습니다.

돈만 있으면 벌점 때문에 면허정지 당할 일은 없어보였습니다.
법규 위반을 자주해서 면허 정지를 당할 정도로 벌점이 많더라도
돈만 있으면 브로커를 10명이든 20명이든 사서 벌점을 모두 없앨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맹점이 있다는 걸 중국 당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이달부터는 차량 1대당 벌점을 받을수 있는 운전자를
3사람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처럼 브로커를 무한정 고용해 벌점을 처리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겁니다.

또 중고차 매매시장 감찰 등 현장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의 엄포 때문인지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만난 브로커들은
최근들어 많이 조심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중국인들은 흔히 "국가에 정책이 있다면 국민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국가 정책이 발표되면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해낸다는 건데요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벌점 부과 대상자 3명 제한과 단속 강화.....

이 정도로 불법 벌점 매매가 근절될수 있을까요? 브로커들은 이에 맞서 어떤 대책을 궁리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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