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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관광 명품도시 파리가 흔들린다

[취재파일] 관광 명품도시 파리가 흔들린다
  혹시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프랑스 파리는 가보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 당연히 포함돼 있겠죠? 낭만의 도시이니까요. 그런데, 파리가 요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바가지와 속임수, 범죄 때문입니다. 프랑스 언론도 파리 관광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경제난 속에서도 프랑스 경제를 지탱하는 축인 관광산업을 걱정하는 자성의 목소리라고 여겨집니다.

  이런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저도 파리 관광에 나섰습니다. 사기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사람이 파리에 오면 샤를 드골 공항으로 들어옵니다. 짐을 찾고 나오면 교통수단을 선택해야겠죠. 그 중 하나가 택시겠죠? 택시 안내 표지판을 찾아 따라가다 보면 말끔하게 차려 입은 사람이 말을 건넵니다. “택시?” 그럼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말하게 되고…그 다음부터는 정해진 수순에 말려드는 겁니다. 샹젤리제까지 간다고 하니, 70유로를 달라고 하더군요. 현지 사정을 아는 제 입장에서 그만하면 "조금 뒤집어 썼네" 하는 정도입니다. 일단 탔죠.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세금을 더 내라더군요. 무려 20유로, 합이 90유로가 됐습니다. 정상 택시 요금의 배를 받아 갔습니다. 관광객이 나중에 알면 얼마나 열받겠습니까? 모르고 지나가면 물가가 비싸서 그랬을거야 하면 그만이지만…

  시내관광은 어떨까요? 몽마르뜨를 가봤습니다. 지금은 쇠락해서 거리가 조금은 위험해 보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사크르 쾨르 성당을 오르는 길과 그 성당에 올라 내려다 보는 파리 전경은 참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운을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군의 젊은 흑인들입니다. 가는 사람을 붙잡고 팔찌를 채우는 거죠. 정색을 하고 싫다고 해야 그냥 보내주고, 의사 표시가 분명하지 않으면 대개 붙잡힙니다. 처음엔 기념이라며 팔찌를 채우는데  다 끝나면 역시 돈을 요구합니다. 5유로를 받습니다. 그냥 추억이다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팔찌가 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면 마치 통행료를 뜯긴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파리2

  여기까지는 관광지인데 그 정도쯤은 이해하자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범죄입니다. 지하철은 소매치기가 극성입니다. 소매치기는 주로 동유럽에서 건너온 청소년들입니다. 최근엔 조직화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엇그제 파리 법원이 파리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일삼은 보스니아 출신의 소매치기 두목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람은 보스니아 출신 소녀 1백여명을 모아 파리 지하철을 무대로 소매치기를 시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주로 현금이 많은 아시아인을 털라고 지시했다고 하고, 2년간 약 4백만유로, 우리 돈 60억원을 벌었다고 하니 웬만한 기업보다 매출이 높지 않습니까. 엄청나게 털었다는 얘깁니다. 라파에트 같은 고급 백화점 앞에도 이런 소매치기단이 늘 득실거립니다. 제가 취재한 날엔 이상하게도 소매치기단이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보니 파리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더군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꾼들의 군기를 잡고 있다고 봐야겠죠. 더구나 최근 파리 상제르망 축구팬들이 도심에서 난동을 부린 이후 파리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내무장관은 치안 부재를 이유로 정치인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주불 대사관과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광객 상대 범죄가 최근에 대범해졌다고 합니다. 전에는 절도에 그쳤는데 목표가 정해지면 마구잡이로 털어간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마자 강도들이 들이닥쳐 우리돈 1,100만원 가량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입니다. 열받은 중국 정부가 프랑스 정부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할 정도로 외교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스마프폰 절도도 유행입니다. 제가 아는 교민도 1년새 스마트폰을 3개나 잃어버렸습니다. 한번은 눈앞에서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채 가려는 사람과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하네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한국인은 국제기금 기부용지에 서명하라고 해서 서명하고 났더니 감쪽같이 스마트폰이 사라졌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이러다보니 우리 대사관에서도 이달 중으로 안전여행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입니다. 흔한 범죄수법과 대처방법 등을 알려줄 계획입니다. 책자 발행은 처음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얘기겠죠. 

  제가 이런 글을 썼다고 파리가 범죄 소굴이란 건 절대 절대 아닙니다. 너무 염려할 일도 아닙니다. 다만, 파리의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가는 언제 당할지 모르니 조심하시라는 겁니다. 여행이라는 게 한 번 엇나가는 일이 생기면 여행 기간 내내 불쾌하고 재미도 줄어들잖아요. 파리에 오시는 분들, 즐겁게 그리고 안전하게 여행하고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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