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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있어도 실종자 못 찾아"…유전자 등록 외면

<앵커>

몇 년 전, 잃어버렸던 장애인 딸을 21년 만에 찾은 아버지 얘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긴 세월을 이기고 부녀가 상봉할 수 있었던 건 유전자 정보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흔하지 않습니다. 경찰이 2만 5천 명 넘는 실종 아동과 장애인의 DNA를 보관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전자 DB를 통해 가족을 만난 사례는 200건 정도밖에 없습니다.

권애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동복지시설.

[경찰 : 아줌마가 혀 밑에도 잠깐 할게. 잘한다.]

시설을 방문한 경찰이 이곳 아이들 입안의 세포를 한 번 살짝 긁어 채취합니다.

아이의 유전자를 국가가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유전자 정보 등록이 시작된 건 2004년.

보호자가 유전자를 등록하면 즉시 아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 중 가족을 만난 경우는 얼마나 될까?

[김창우/서울SOS어린이마을 사무국장 : 저희 시설에서도 7년 만에 DNA 매칭으로 부모 찾은 사례가 있고요. 이후 4~5년간 어떤 부모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전국에 구축된 실종자의 유전정보는 2만 4천여 건.

그러나 정작 보호자의 등록건수는 9년째 1천 700여 건.

가족을 찾은 경우는 230여 건에 불과합니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유전자 등록을 정작 꺼리는 보호자들이 많다는 게 현장의 얘기입니다.

보호자가 주변의 시선 등을 의식해 신고는 해오더라도 선택사항인 유전자 등록은 거부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입니다.

[김 모 씨/유전자 등록 통해 7년 만에 딸 찾은 어머니 : 엄마, 아빠들이 (유전자등록에 대해) 안다면 그렇게 방치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죽을 먹고 사는 한이 있어도 엄마 옆에 제일 좋다고 하잖아요.]

실종자 유전자DB 구축 9년째, 보호자가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한 유전자 DB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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