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지금 듣고 계신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이 노래를 알고 계신 분들은, 내일이 5.18 이구나. 하고 바로 떠올리셨을 텐데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이기도 하죠. 어제 저녁 국가보훈처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제창을 거부했습니다. 논란이 큰데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는 1982년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한 것입니다. 관련해서 백기완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임을 위한 행진곡. 국가 보훈처에서 공식 제창을 거부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가 겪은 역사적인 예술성을 표출하는 노래입니다. 그것을 못 부르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망동이고, 규탄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국가보훈처 입장은, 일부 노동 진보 단체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고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서 주먹 쥐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나는 어제도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린 곳에 가서 노래를 하다 왔는데요. 곳곳에 탄압과 억압을 받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 정부는, 내가 바로 독재자다. 그렇게 말을 안 하지 않습니까. 민주 정부다. 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이라고 하는 노래는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룩한 기념비적인 노래입니다. 그것을 어느 한 계층이, 노동자라고 할지, 진보적인 젊은이들만 부르는 노래로 알면 안 되는 겁니다. 이 땅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다 부르는 노래인데 민주주의를 자초하면서도 그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분류한다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논란이 불거진 것이 2009년부터 인데요. 2009년부터 시작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보세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2009년이면 이명박 정권 때 아닙니까. 그 때 이명박 정권에 반민주적인 행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냐고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때 못 부르게 한 것에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자행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비판도 하고 야단도 치고 했는데요. 이제 다시 이명박 정부의 못된, 잘못된 행태를 박근혜 정부에서 들고 나온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나는 역설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념식에서 제창과 합창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세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글쎄 시민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제창과 합창이 어떻게 다르냐고요. 왜 그렇게 어려운 말을 정부에서 쓰나요. 그냥 노래이지요. 같이 부르는 노래가 있고, 그 노래를 잘 하는 몇 사람이 노래가 있지만 다 같이 부르는 노래를 제창이라는 말로 하면 안 됩니다. 노래라고 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것은 정부가 미학적인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제창이니 합창이니 왜 우리가 알지도 모르는 낱말 씁니까. 쉬운 말 쓰자고요. 다 같이 부르는 노래. 라고 하자고요.
▷ 한수진/사회자:
다 같이 부르는 노래. 지금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앞서도 말씀드렸는데요. 원 작사가가 선생님이시죠?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나는 내 작품에 비슷한 구절이 있지. 내 입으로 내가 작사했다고 이런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을 내가 했다고 합니까. 민중이 했고 시민이 했죠. 그래서 나는, 내 것은 내거다. 내 작품은 내거다. 이것은 사적 소유이지요. 이것의 잘못된 것이 예술성까지 미치지 않았나. 해서 그런 말은 잘 안쓰려고 하죠.
▷ 한수진/사회자:
이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조금 말씀해 주신다면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내가 쓰는 말투입니다. 한참 전에 군사 양아치들에게 잡혀가서 민주다. 자유다. 해방이다. 통일이다. 이따위 말을 쓴다고 매를 죽도록 맞은 적이 있어요. 감옥에서요. 내 몸이 80kg이 넘는데 40kg이 떨어졌다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고향의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쌀이 없어서 밥을 못 짓는데 맹물만 끓이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배고프니까 우니까, 우리 어머니가 중얼거리는데, “엄마 뭘 웅얼대.” 하니까 “비나리지.” “비나리가 뭐야?” “배가 고프더라도 배고픔에 굴복하면 안 된다. 그것이고 또 애비가 하는 일이 안 돼도 기죽지 말고 용기를 내라.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비나리야.” 그러더라고요. 그 생각이 확 떠올라서, 내가 비록 감옥에서 매 맞아 죽을 것 같으면서도 나도 죽을 수 없다. 라고 해서 천장에 비나리를 써서 새겨 넣었어요. 그 때는 연필과 종이를 주지 않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소설가 황석영 씨는 선생님의 시를 쓰게 되셨는지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그 분이 그 때 광주에서 시민들하고 어울리는 예술작품을 했거든요. 그 때 광주의 해방의 열기라는 것은요. 하늘, 땅을 울리고 산천을 울렸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비나리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겠죠. 그러니까 다들 훌륭한 분들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허락을 받고 쓰신 것은 아니군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아까도 말씀드렸듯 이런 것이, 네 것 내 것이 아니니까 허락이 없죠. 같이 싸우고 목숨을 바칠 판인데 허락을 받고 이런 세속적인 절차는 관심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이 탄생 했고요. 노래를 들으셨을 때, 처음 들으셨을 때 느낌이 기억이 나시나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82년도에 대구에 무슨 큰 교회에서 날 보고 통일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해서, 내가 걷지를 못했는데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안내 받아서 대구에 내려 갔는데요. “백기완 선생님 들어 오십니다.” 하더니 하나같이 노래를 불러줘요. 하니까 소름이 쫙 끼치면서 눈물이 나요. 그 노랫말이 와 닿기도 했지만 어디서 듣던 노래 같기도 하고 곡도 처음 듣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 의미가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계속 논란이 되고 있고요. 지금 국가 보훈처의 입장은, 따로 민주화 운동 공식 기념곡을 재정하겠다. 이런 것 같습니다. 4800만원 예산까지 편성이 되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요.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5.18 민주화 운동. 이 땅의 모든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겠다고 하는 엄청난 만행의 일단입니다. 무슨 5.18 노래를 따로 만듭니까. 프랑스도 프랑스 혁명 때 시민이 부르던 노래가 국가 아닙니까. 우리도 시민이 불렀으면 그것이 우리의 5.18을 기념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기념하는 노래가 되면 되는 것이지. 국가에서 우리가 내는 세금 가지고 왜 그런 곳에 쓰려고 해요. 보훈처가 되었든 박근혜 정부가 되었든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안 돼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지금 5.18 관련 단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라고 하는데요. 같은 생각이세요?
▶ 백기완 선생 / 통일문제연구소:
나선다고 하는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가지고 나서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럼요. 나서야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나서야죠. 분명히 태도를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5.18 기념식에 가느냐. 안 가느냐에 대해서 관심들이 많은데요.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안 가집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지난 날의 5.16 군사 반란. 그 다음에 그 군사 반란이 더욱 강화되었던 유신 독재에 대해서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역사의식이 어떻게 다를 수 있고 같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것을 밝히지 않으면 진짜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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