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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유의 운송 거부 장기화…CJ 대한통운 기사는 왜?

[취재파일] 초유의 운송 거부 장기화…CJ 대한통운 기사는 왜?
운송 거부 '악화 일로'

지난 4일 시작된 CJ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운송 거부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참여 인원은 270여 명에서 1천여 명으로 늘었고, 서울과 경기, 인천 외에 광주와 전주, 천안 등 10곳 넘는 지역 기사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수수료 인하와 벌금 규정 철회입니다. CJ 대한통운 측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수료를 일괄 인하한 적이 없으며, 벌칙 규정은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발빠른 대응에 '제2의 남양유업'으로 몰려 비난받는 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기사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지난 9일부턴 12년 차 택배기사 이 모 씨가 서울 중구 서소문동 CJ 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아고라 등 포털과 SNS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CJ 대한통운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운송거부 사태가 나빠지고 있는 까닭은 뭘까요.

대한통운 출신 기사 20%가 운송 거부

CJ GLS는 지난달 당시 업계 1위던 대한통운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택배 대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기사 수만 1만 3천여 명으로 4천여 명 수준인 2위 한진택배와 격차가 제법 큰 업계 1위 기업이 됐습니다. 대한통운 출신으로 CJ로 계약이 이관된 택배 노동자는 5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1천여 명이 운송거부에 돌입했으니, 새로 편입된 인력의 20%가 파업에 들어간 겁니다.

사측은 일괄 인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 20%가 넘는 지역에선 수수료 강제 인하가 단행됐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은 CJ GLS와 대한통운 합병 이전에 1건당 880∼950원이었던 수수료가 합병 이후 800∼820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750원 선까지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수수료 100원 인하 = 월급 30만 원 삭감

택배기사 수수료란 택배 1상자를 나르고 기사에게 떨어지는 돈을 말합니다. CJ 대한통운의 조직 체계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본사와 지점, 대리점과 택배기사로 연결돼 택배를 운송합니다. 여기서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입니다. 대리점 주는 지점과 계약을 맺고, 기사는 대리점과 계약합니다. 대리점 역시 1건당 기사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CJ 대한통운은 일부 지역에서 대리점과 기사 수수료를 모두 인하했습니다. 한 달에 기사 1명당 3천 건 정도 물품을 배송합니다. 건당 100원을 인하하면 한 달 월급은 30만 원이 줄어드는 겁니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므로 수수료 외에 본사에서 받는 수당이 거의 없습니다. 한 달 30만 원 정도의 유류비, 10만 원 넘는 통신비, 운수업체에 내는 18만 원 정도의 번호판 지입료 모두 기사 부담입니다.

심지어 업무상 필요한 비품 값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운송장 입력에 필요한 바코드 인식 단말기입니다. 1대 값이 19만 8천 원. 배송 물건의 출발과 도착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배송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하는 핵심 장비인데 100% 기사가 부담합니다. CJ 대한통운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화물차 도색 역시 새로 했는데, 이 비용도 기사가 전액 부담했습니다. 결국, 한 달 3천 건을 날라도 개인사업자로서 부담해야만 하는 고정 유지비와 소모품비를 제외하면, 택배기사의 한 달 월급은 2백만 원을 밑도는 실정입니다. 그런 처지에 CJ 대한통운의 수수료 인하로 월급 2~30만 원이 삭감된 겁니다.
택배기사 캡쳐_50

"수익성 40% 인상" 약속에도 계속 파업.. 내막은?
 
CJ 대한통운이 내놓은 해결책은 뭘까요. 회사 측은 "택배업은 낮은 단가와 열악한 환경 등으로 인해 택배기사의 수익이 낮고 일할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회사는 시설 투자는 물론, 대한통운과 GLS 양사 거점 통합운영으로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연말까지 택배기사분들의 수익성을 현재 대비 40% 이상 올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수수료 인하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므로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제2의 남양유업'으로 비난받지 않기 위해 여론을 의식해 내놓은 꼼수 대책"이라는 비난도 터져 나옵니다. 결국, 수수료 인상 없이 수익성을 40% 올린다는 약속은 배송 물량을 조정한다는 논리라는 게 비대위 측 주장입니다. 기사 입장에선 적은 단가를 유지하면서 노동시간과 노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5월에서 8월까지 택배 비수기인 요즘, 택배기사는 새벽 6시 30분쯤 출근해 정오까진 자신의 물건을 화물차에 싣고, 운송장 출발 정보를 입력하는 일을 합니다. 화요일엔 2백 상자 정도를 나르는 데, 오후엔 2분에 1상자 꼴로 물품을 배송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자정 전까지 반드시 운송장 입력을 마무리해야만 본사의 건당 수수료 차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밤까지 잔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업무 환경에서 수수료 인상 없는 수익성 증대 약속은 노동강도만 높인다는 겁니다.

대표이사 '문자 약속'에도 기사 가족은 '냉랭'

이런 불신 탓인지 최근 CJ 대한통운 측은 운송 거부에 참가하지 않은 기사들에게 대표이사 명의의 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익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파업의 주도세력은 외부에 있다'며, 운송 거부 사태가 확산하는 걸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특히, 3월 수익이 4,5, 6월 평균보다 낮으면 차액을 보상한다는 약속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비대위는 수수료가 인하돼 매달 월급이 20~30만 원 꼴로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차익을 보전하는 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한 택배기사는 "차액을 보전해 주면 회사는 일시적인 손해를 감당하면 되지만, 수수료를 인하하면 기사는 지속적인 저임금 상태에 노출된다"고 말했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 사태가 더 길어질 거란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건, 진정성이 빠진 사측의 대응 때문은 아닐까요. '접점'은 대화에서, 대화는 공감에서 시작합니다. 기사와 가족이 원하는 대책이 없다면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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