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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LG 불 났어요?"의 불편한 진실

[데스크칼럼] "LG 불 났어요?"의 불편한 진실
최근 2~3일 사이에 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가장 많이 퍼진 콘텐츠 중 하나가 “LG 불 났어요?”라는 통화 내역이다.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 직원과 한 할머니의 통화인데, 할머니가 말귀가 어두운 듯 “LG유플러스”라는 말을 “LG 불 났어요”라는 걸로 잘 못 알아듣고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내용이다. 너무 진지한 할머니의 말투가 큰 웃음을 자아내면서 이젠 웬만한 사람이면 한 번쯤 다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퍼져나간 듯 하다.

“LG유플러습니다.” “LG에 불 났어요?” …… 3분 가까이 계속되는 동어 반복의 대화 속에 상담센터 직원은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어른 공대상을 줘야 되겠다”는 찬사를 받았다. 기내 라면 사건에 호텔 주차요원 폭행, 그리고 남양유업 사건까지, 최근 잇따라 터진 ‘갑(甲)의 횡포’ 때문에 심기가 잔뜩 불편해졌던 국민들에게 한 젊은이의 친절한 공대가 훈훈함을 안겨 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상담원


그런데 이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할머니의 인권이다.

고객상담센터 직원과 할머니의 통화 내용은 음성 변조조차 없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절대로 유출돼서는 안 될 고객과 통화 내역이 빠져나간 사실에 LG유플러스도 처음에는 적잖이 당혹스러워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젊은이’라며 칭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LG유플러스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통화 내역은 공개돼선 안 되는 것이다. 아마도 할머니의 가까운 친인척은 할머니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것이다. 말귀 어두운 부모가 한, 이런 식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는 걸 원하는 자식은 없을 것이다. 당사자가 이 사실을 안다면 더 창피해할 지도 모른다. LG유플러스는 한숨 돌렸다며 안도할 게 아니라, 이 음성 파일 유출됐다는 사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대화나 통화 내역을 상대 동의 없이 녹음을 해서 공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 사이의 통화 내역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불만 해결을 위한 내부 자료로만 써야 할 고객상담센터의 파일이 유출됐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작은 불법과 더 큰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의 X파일 공개 사건은 그 핵심을 다투고 있다. 노 전 의원은 대법원까지 가는 긴 재판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의원직을 잃었다. 대법원이 내린 우리 사회의 최종 판단 기준은 ‘작은 불법도 불법’이라는 뜻이고, 노 전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명제는 유효하다.

통화 녹음에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걸로 남양유업 측의 잘못을 덮자는 뜻도 아니고, LG유플러스의 친절한 직원이 훈훈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어딘가 잘못된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내 일이 아니라고 마냥 웃고 누구를 비난하는 동안 우리는 소중한 가치 ‘인권’을 놓쳤던 건 아닐까? 할머니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은 채 깔깔거리고 웃었던 스스로에 대해 개운치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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