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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빚더미 추경… 통과 뒷얘기

[취재파일] 빚더미 추경… 통과 뒷얘기
추가경정예산안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7조 3천억원 규모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과 액수는 비슷하지만 세출 부분에서 증감이 이뤄졌다. 물론 70% 가까운 12조원이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보니 민생안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의원들에게 재량권이 있는 세출, 즉 사업비가 적다보니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대표적 지역 민원 예산으로 꼽히는 도로의 경우 대부분 삭감됐지만 몇몇 사업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특히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와 '경북도청진입도로'는 각각 2백억원과 1백억원씩 증액되기도 했다.

◈ 예상치 못한 복병 '과학벨트'

하지만 이번 추경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예산은 단연 '대전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매입비'였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임위 과정에서 7백억원이 증액된데 이어 예결위에서도 비록 일부가 삭감되긴 했지만 3백억원이 책정됐다.

특히 일부 충청권 민주당 의원들은 과학비즈니스벨트 부지매입 예산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자 이 문제를 추경안과 연계할 수 있음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반 공모사업과 달리 정부가 지정한 사업인 만큼 부지매입비 7천억원은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지역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른 곳에도 지역 사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 때 본회의 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 '과학벨트' 뭐가 문제?

추경예산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과학기술분야 공약이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지난 2009년 1월 과학벨트 종합계획을 확정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후 지역간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끝에 지난 2011년 5월, 대전이 과학벨트 거점으로 선정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당시 과학벨트를 국내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지역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후 관련 예산은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다.

특히나 최근 정부가 과학벨트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충청권 민심은 험악해졌다. 과학벨트 문제가 추경에서 급부상한 배경에는 이런 해묵은 갈등이 있는 셈이다. 사실 한나라-새누리 정권에서 두 차례나 공약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안인 셈이다.

충청권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의 약속 위반이라며 확실한 지원을 요구했고 그 일단이 부지매입비 7천억원 전액 국고부담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그런 전례가 없다고 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회의실과 기자회견장, 본회의장할 것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상당 부분 일리 있는 지적이었지만 문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과연 추가경정예산안의 대상인가 하는 점이었다. 민주당은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때부터 국가재정법을 이유로 이번 추경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비판해왔다. 자가당착인 셈이다.

◈ '과학벨트'가 추경대상인가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가재정법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적 여건에 대한 중대 변화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때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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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재정법 제89조(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

① 정부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어 이미 확정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다.  <개정 2009.2.6>
        1.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2.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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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편성한 추경이 바로 이런 경우다. 하지만 과학벨트는 아무리 봐도 이런 요건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 여당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나라 빚으로 시급히 편성하는 추가경정예산에 넣어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추경에 편성된 상당수 사업들이 추경 요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절차상 하자가 있는 포항 방사광 가속기 사업에까지 수백억이 배정되는 것을 보면서 과학벨트만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해할 바가 없는 건 아니나 그렇다고 경기 부양과 민생 회복이라는 추경의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을 남들이 한다고 같이 끼워넣는 건 박수 받을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런 요구를 추경안 처리와 연계시키려 했다면 더더욱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 추경…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기'

추경
의원들의 우격다짐식 행태는 본회의에서도 계속됐다. 추경안 처리를 앞두고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저마다 이번 추경안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부 의원은 예결위가 상임위의 예산심사권이 철저하게 무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한 의원은 교육 분야 예산 삭감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학교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초·중·고등학교의 화장실 개선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도 정말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국가시책에 의해 통합된 모 대학교과 전문대에 단 한 푼의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역 민원성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교실이 부족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사실 따지고 보면 급하지 않은 예산은 없는 법이다. 모든 걸 추경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사실 이번 추경은 정부가 추경안을 낸지 19일 만에 처리된 것으로 평균 1달 정도 걸리던 전례와 비교하면 비교적 빨리 처리된 편이다. 하지만 추경 처리 때마다 반복되는 구태는 여전했다. 예산 따기 경쟁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내 것 안 해주면 아무 것도 못해준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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