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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실종 10년, 클리블랜드 미스터리

어떻게 10년간 아무도 몰랐을까?

[취재파일] 실종 10년, 클리블랜드 미스터리
'실종 10년'...클리블랜드 미스터리
- 어떻게 10년간 아무도 몰랐을까? 


엽기적인 납치, 감금 사건이 또 다시 미국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실종된 여성 3명이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집에 갇혀 있다 10년 만에 구조됐습니다. 3명의 여성이 갇혀 지내는 10년간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까요?

미스터리 같은 사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면서 미국 CNN과 ABC 등 주요 방송은 현지에 중계차를 보내 하루 종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난 10년간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연히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감금됐던 집에서 빠져 나온 20대 여성들, 그리고 이들을 납치 감금한 50대 히스패닉 통학버스 운전사와 그 형제들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이 사건의 전모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종 여성 한명, 용의자 딸 친구였다"

텔레그래프는 "피해 여성 중 한명인 23살 지나 드지저스가 용의자의 딸 알린과 친구사이였으며 실종되던 날 지나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도 알린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나는 14살이던 2004년 4월2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종적을 감췄습니다. 당시 지나는 방과후 알린과 함께 걸어서 귀가하던 중이었습니다. 알린은 지나와 함께 다른 친구 집에서 놀다 가도 되는지를 묻기 위해 지나에게 50센트를 빌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허락하지 않자 두 소녀는 그길로 헤어졌습니다. 지나는 그 직후 실종됐습니다. 이 사실은 알린이 2004년 말 실종자를 찾는 TV프로그램에 밝힌 내용입니다.

텔레그래프는 또 한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용의자의 집에 이번에 발견된 세 명의 여성 외에 다른 여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3명의 여성 중 카스트로의 집에 가장 먼저 끌려와 감금됐던 미셸 나이트는 자신이 그 집에 왔을 때 또 다른 여성이 있었으며, 어느날 일어나보니 그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고 경찰에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스트로의 집 지하실 벽에는 '평온히 잠들다'라는 문구와 함께 사라진 여성을 지칭하는 듯한 이름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납치, 감금 용의자 아들 "아버지 집은 접근 금지 구역"

현지 언론은 이번 납치 사건의 용의자 52살 아리엘 카스트로의 아들 앤서니와 인터뷰한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용의자의 아들 앤서니는 “아버지의 집은 언제나 잠겨 있었고, 특히 지하실과 다락, 차고는 절대 누구도 접근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어머니는 지난 1996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아버지와 1년에 한두 번 만났을 뿐이며, 아버지의 집에 가도 20분 이상 머문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엔서니는 또 알코올 중독에 시달린 삼촌 2명 중 한 명이 감금에 관련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어제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지금까지 이들이 감금됐던 집을 대상으로 어떠한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 전화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주민 증언이 이어지자 수사관들이 지난 15년간 문제의 집을 두 차례 찾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이번 실종 사건과는 무관한 방문이었습니다.
미국 10년 감금

이웃 주민, "지난해, 벌거벗은 여성 다니는 것 목격 후 신고" 

문제의 집에서 세 번째 떨어진 집에 살고 있는 55살 엘시 신트론 씨는 지난해 자신의 손녀가 문제의 집 뒷마당에서 발가벗은 여성이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누드의 여성이 다시 집안으로 들어간 뒤 수상하다고 여긴 손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또 다른 이웃도 문제의 집에서 누군가 쿵쿵 두드리는 소리를 들어 신고했지만, 경찰은 현관문만 두드리고는 응답이 없자 집 주변을 한번 돌아보더니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그동안 현장을 찾아낼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제와서 아쉬워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실종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어맨다 베리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지 3년 만에 숨을 거둬 결국 재회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베리의 엄마가 딸의 실종 후 췌장염 등 병세가 악화됐고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끝에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FBI는 범죄 현장 보존을 위해 발견된 가옥 주변을 테이프로 두르고 차단벽을 설치해 봉쇄했습니다. 경찰과 FBI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피해 여성들이 그동안 받은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인터뷰에도 세심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맨다 베리, 감금중 딸 출산후 함께 탈출...일부는 '스톡홀름 신드롬" 증세

피해자 가운데 처음으로 이웃에 구조를 요청한 어맨다 베리(27)는 감금 기간에 아이를 낳았다고 밝혔습니다. 어맨다는 갇혀있던 집에서 빠져 나올 때 현관 문틈을 발로 차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웃의 도움으로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오면서 6살짜리 딸을 데리고 나왔는데요. 지옥 같은 지난 10년간 감금생활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지 언론은 피해자들이 감금됐던 집에서 경험한 ‘공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며, 수사당국이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제어하기 위한 쇠사슬과 테이프를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이 그동안 수차례 임신을 했지만 폭력과 영양실조로 유산의 고통에 시달렸다고 전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집안에 있던 다른 여성 2명은 나오는 걸 두려워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감금생활을 한 피해자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극 때 인질들이 풀어주려는 군이나 경찰보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18년간 감금당했다가 구출된 33살 제이시 두가드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두가드는 11살 때인 1991년 캘리포니아에서 필립과 낸시 가리도 부부에 납치돼 18년간 갇혀 지내면서 필립에게 성폭행을 당해 두 딸을 낳았습니다. 악몽 같은 기간 끝에 2009년에 구출된 뒤 회고록 ‘도둑맞은 인생’(A Stolen Life)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두가드는 “인간의 정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력이 강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알려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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