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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성공단, 북의 속마음은?…아쉽지만 미련은 없는 듯

[취재파일] 개성공단, 북의 속마음은?…아쉽지만 미련은 없는 듯
  개성공단의 우리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전격적인 행동은 근래의 우리 정부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대화를 제의하면서 중대조치를 예고하고 시한이 되자마자 바로 근로자 철수를 실행하는 정부의 모습은 과거의 대북정책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동이었다. 이런 행동 때문이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3.5%(리얼미터 5월 첫째주 집계)로 대선 득표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북한도 어느 정도는 당황한 것 같다. 우리 정부의 전격적인 조치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우리(북한)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것’(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 4월 26일)이라는 공언은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측의 근로자 철수 조치 발표 이후 나온 북한의 입장을 보면 개성공단에 대한 북측의 애착마저 느껴진다.

  ‘복잡하고 첨예한 정세 속에서도 공업지구를 유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대해 ...’
  ‘괴뢰보수패당의 악랄한 책동으로 근 10년 동안 겨레의 축복과 온 세계의 관심 속에 잘 돌아가던 개성공업지구가 ...’
  ‘민족공동의 협력사업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업지구마저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  (이상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 4월 27일)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의 고귀한 전취물이며 북남협력교류의 상징인 개성공업지구 ...’
  ‘북남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지난 5년간의 대결 속에서도 우리의 인내와 아량에 떠받들려 개성공업지구만은 끄떡없이 정상 운영되어 왔다’ (이상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 5월 5일)

  개성공단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려 했던 북한으로서도 우리 정부의 갑작스런 조치로 공단이 폐쇄 위기로 내몰리는데 대해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5만 3천여 북한 근로자들의 생계나 향후 외국투자 유치를 생각해볼때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으로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 개성공단 살리기 위해 물러서진 않을 듯

[아리]개성공단/
  북한의 복잡한 속내가 여러 발표문에서 읽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남측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개성공단에 미련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개성공단까지 대남 압박 카드로 써먹으려 했던 자신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정치적 자존심을 누그러뜨릴 북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6.15의 옥동자로 태어난 개성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지만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 줄 생각이 없다’
  ‘우리는 괴뢰패당이 인원철수요 뭐요 하는데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이다’ (이상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 4월 27일)

  경제적 실리보다 정치 사상적 명분을 중히 여기는 북한의 속성상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해 남측에게 머리를 숙이기는 어렵다. 여러 발표문 속에 드러나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애착은 어디까지나 남측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때 ‘공단 회생’을 논의하겠다는 것이지 자신들이 ‘공단 회생’을 위해 먼저 물러서겠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도 지금은 물러서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우리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카드를 빼들기 전이라면 모르겠으되, 우리도 칼을 뽑아버린 이상 북한의 납득할만한 조치 없이는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남북 간에 자존심 대결 국면이 되면서 누구도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 좀 더 기다렸어야….

  북한은 개성공단을 파행시키면서 자신들의 최고존엄을 모독한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아마 북한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이 회생의 실마리를 찾는 방법은 좀 더 기다리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좀 더 기다려주고 북한이 개성공단 카드를 써먹을 만큼 써먹었다는 생각이 들면, 북한은 ‘남한 정부는 밉지만 입주기업을 위해 아량을 베푼다’는 명목으로 공단의 숨통을 틔워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는 그런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이 다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수 있으나, 개성공단을 살리는 것이 장기적인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성공단 문제에 관한 한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세는 변화한다고 하지만 남북의 자존심 대결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풍전등화에 놓인 개성공단의 앞날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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